“우리 아이와 가족을 포기하지 않도록 주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잘 견뎌 낼게요. 경찰관님을 생각해서라도 용기를 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밝은 모습으로 뵙도록 노력할게요.”

며칠 전 강제추행 피해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걸려 온 전화 내용이다.

피해 상황은 끝났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은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을 걷듯이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견뎌 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잘 알고 있다.

아침 인사를 하고 나간 내 아이가 갑자기 성범죄피해자가 됐다면 어떤 심정일까?

대부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피해 지원 관련 개입도 반기지 않으며 급성 스트레스장애(ASD) 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강제추행은 눈으로 관찰 가능한 외상보다 피해자와 가족이 경험하게 되는 정신적 충격이 크기 때문에 초기 정신과적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강제추행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하루하루를 울음으로 버틴다.

이때 피해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 ‘피해자전담 경찰관’이다.

피해자전담 경찰관은 앞선 사례의 피해자를 신속하게 대학병원과 연계해 전문적 치료를 받도록 하고, 일자리를 잃은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지자체 일자리 지원 연계와 상담 전문기관의 심리상담,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의 생계비 지원,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학자금 지원 등도 주선해 줬다.

또 심리적·경제적 지원과 함께 재판 과정에서 도움을 줄 국선변호인과 법정 동행 등 법률 지원까지 여러 기관의 도움으로 피해자 가족은 사건 이전의 생활로 차츰 회복하고 있다.

범죄 피해 회복의 궁극적인 목표는 ‘범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피해의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여러 분야 즉 경제적, 심리적, 법률적 지원 등 다각적 지원과 함께 주변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산경찰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심리적·경제적·법률적 지원, 전문가의 진단·평가 후 사건기록에 첨부해 피해자의 입장을 형사 절차에 반영하는 ‘범죄피해평가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범죄피해평가제도’는 필요하면 112시스템 신변보호 등록, 맞춤형 순찰(생활 방식 고려), 주거지 CCTV 설치, 스마트워치 지급, 가해자 경고를 하는 신변보호 등 피해자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피해자 홀로 상처를 회복하는 데는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주변에 범죄피해로 힘들어하는 친구, 동료가 있다면 피해자전담경찰관을 찾도록 안내하고, 피해자 곁에는 항상 피해자전담경찰관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승환 경산경찰서 청문감사관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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