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지 이전 3주째 침묵 동구청, 주민 반대 모르쇠

배기철 대구 동구청장의 적극행정 사랑은 유별나다. 평소 적극행정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민선 7기 그 어떤 성과보다도 적극행정 선도지자체로 지정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이토록 적극행정에 목매는 그이지만 유독 특정 사안에 대해선 적극행정은커녕 언급마저 피해 동구민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마치 소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처럼 말이다. 배 청장의 볼드모트는 차량기지다.

지난달 24~25일 대구시민의 이목은 시청 발표에 쏠렸다. 월배차량기지 이전과 순환선(트램) 노선 발표 등 향후 대구 교통지도를 좌우할 굵직한 소식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트램 전쟁에서 승리한 서구는 활짝 웃었다. 트램 유치는 실패했지만 숙원이던 월배차량기지 이전을 이뤄낸 달서구는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기피시설만 떠안은 동구는 완벽한 패자였다.

같은 패배에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 두 지자체가 눈길을 끈다. 동구청과 달서구청 얘기다. 나름 ‘중박’은 달성한 달서구청은 만족하지 않았다. 트램 관련 시의 결정을 즉각 반박하고, 지역 정치권과 일사불란하게 반대 목소리를 공론화시켰다. 일각에선 행정지자체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앞장서서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적어도 트램 유치 실패로 상실감을 느끼고 있을 주민들에게는 함께 목소리를 내준 사실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됐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반면 동구청은 3주째 묵묵부답이다. 동구 전역에는 차량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동구의회에서도 두 번째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민들의 반대 여론은 달서구의 그것과 비교할 것이 아니건만 눈과 귀를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자체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차량기지 이전 반대 여론도 어느새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물론 행정지자체 입장에서 상위 기관인 대구시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생각하면 동구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선 목소리를 내야 했다. 월배차량기지가 안심차량기지로 통합 이전된다는 소문은 지난해부터 나왔다.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도 있었지만 시는 쉬운 길을 택했다. 귀찮은 행정 절차(4차 철도망 포함)와 사업비 절감을 위해 동구민의 희생을 강요했다.

동구청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차량기지 이전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여지는 법이다. 유일한 관문인 시의회에서도 다수의 달서구 의원 앞에서 소수 동구 의원의 반발은 무용지물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이시아폴리스에서도 차량기지 신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이시아폴리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들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으려면 침묵은 더 이상 안된다. 진정한 적극행정은 수상 실적이 아닌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 데서 출발한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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