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휴먼 리소스<38>대구 동구청 김순환 주무관||봉무공원 곤충 특화공원으로

▲ 올해로 공직사회 입문 20년째인 대구 동구청 김순환 주임은 봉무공원 곤충 관련 이색 콘텐츠 제작을 이끌며 대구 대표 수변공원으로 일궈낸 일등 공신이다.
▲ 올해로 공직사회 입문 20년째인 대구 동구청 김순환 주임은 봉무공원 곤충 관련 이색 콘텐츠 제작을 이끌며 대구 대표 수변공원으로 일궈낸 일등 공신이다.
1992년 대구 동구 팔공산 자락에 조성된 봉무공원은 비교적 외곽지역임에도 연간 방문객이 100만 명에 달하는 수변공원이다. 이곳에는 다른 공원과 차별화되는 봉무공원만의 킬러콘텐츠가 존재한다. 바로 나비다.

별다른 특징 없이 심심하던 공원을 이색 콘텐츠로 가득한 활기 넘치는 공원으로 일궈낸 사람이 있다. 일명 ‘나비 박사’로 불리는 동구청 김순환(45) 주무관이다.

봉무공원의 자랑인 봉무나비생태원에는 국내 180여 종의 나비는 물론 각종 세계 희귀 곤충까지 곤충 관련 이색 콘텐츠로 가득하다. 나비의 경우 개체 수만 3천 마리에 달할 정도다.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곤충과는 어떤 연관도 없는 동구에 곤충 관련 콘텐츠를 뿌리내릴 수 있었던 비결은 ‘열정’이었다.

김 주무관은 어려서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에서 생물학과를 전공한 그는 재학 당시 실험실에서 온종일 곤충 관련 실험을 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애완곤충 붐이 일었고, 동구청은 그 붐에 편승하기 위해 2002년 파격적으로 봉무공원에 나비생태원을 개원했다. 구청은 급히 곤충 전문 인력을 뽑았고, 당시 곤충 관련 벤처 기업에서 일하고 있던 김 주무관은 공직사회에 입문하게 됐다.

반평생을 곤충 연구에 몰두해 왔지만, 나비생태원 운영은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지원은 열악했고, 인근 주민들도 곤충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주무관은 “당시 어떤 아주머니가 찾아와 내 세금으로 ‘허튼 짓’을 하냐며 멱살잡이를 했던 기억도 있다”면서 “이젠 그런 일은 없으니 어느 정도 주민들을 만족시켜 드리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 탐문을 통해 공원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린이 체험학습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나비 관련 체험학습이 가능토록 나비학습관 조성을 구청에 건의했다. 2005년 완공된 나비학습관은 그의 예상대로 반응이 좋았고, 차츰 봉무공원의 이름은 대구 전역에 퍼져갔다.

위기도 있었다. 곤충 붐이 사그라지면서 2010년대 봉무공원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나비생태원을 함께 이끌던 ‘드림팀’도 해체되면서 혼자 남게 됐다. 구청에서도 관심을 놓으면서 사실상 방치됐다.

하락세로 접어들던 봉무공원을 다시 살려낸 것도 김 주무관이었다. 2016년 대구시 자연환경보존사업에 공모, 나비누리관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며 봉무공원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41억 원을 들여 조성된 나비누리관은 곤충자원관, 체험학습실, 영상실, 나비체험장, 나비사육장 등을 갖췄다.

나비누리관은 유치원 어린이들의 필수 체험학습 장소로 자리 잡았다. 연간 관람객만 20만 명에 달한다. 2019년에는 대구 최초 곤충 축제를 개최, 3일간 1만5천여 명이 다녀가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김 주무관은 “체험학습을 마친 어린이들이 진심으로 감사한 표정을 담아 악수를 청할 때는 이 직업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코로나19로 나비생태원 이용이 제약돼 아쉽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바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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