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전파력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약 60%나 높을뿐더러 감염됐을 경우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약 2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는 봉쇄조치를 연장하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강화되는 등 필사적으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하고 있다. 미국은 신규 감염자 중 거의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둘렀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 여건도 급변하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의 유래없는 경기 진작책으로 세계 경제가 이전에 경험한 바 없는 속도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얼마 전에 비해 크게 약화된 것 같다. 적어도 향후 2~3년간은 적정한 수준에서 호황 국면이 유지될 것이라는 주식 등 글로벌 자산시장과 각종 원자재 시장의 골디락스(goldilocks) 재현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무뎌진 것 같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국제 금값이 상승세로 전환되고,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와 같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여하튼 상황이 이러다보니 세계 경제가 다시 미증유의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각국 중앙정부나 통화정책당국의 경기부양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지만, 이마저도 통화정책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미국은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테이퍼링(tapering) 즉, 자산매입 축소 시작 시기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될 때마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외환시장까지 출렁인다는 점은 세계 경제에 있어서 큰 위협요인임에는 틀림없는 일이다. 물론, 자산매입 계획의 변경을 발표함에 있어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언급이 있긴 하다. 그렇지만, 과도한 물가 상승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당장 다음 달부터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테이퍼링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 비해서는 좀 나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황은 국내도 마찬가지로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 가격과 물가는 통화정책당국의 정책의사결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선제적인 통화 및 금융 정책 전환에 대한 일각의 요구도 타당해 보이긴 하지만, 그 또한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그토록 우려하던 물가와 자산시장 버블은 잡지 못하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만 끼얹는 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각 경제주체들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금리 인상 등 통화 및 금융 정책의 전환은 경기 중립적, 아니 오히려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책당국은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방역과 경기 회복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때에 갑작스럽게 정책 전환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경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 1천760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익성 악화로 5곳 중 2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이라는 점만 생각해보더라도 결과는 뻔하다.

물론, 조만간 통화 및 금융 정책이 정상화 과정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에는 찬성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고, 오히려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한 사전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이 선행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섣부른 정책의사결정이 가져 올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정책 당국이 좀 더 신중해지는 수밖에는 없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