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특집>신용습 경북도농업기술원장…소득 걱정없는 경북농촌으로

발행일 2021-07-14 10:03: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1988년 영양농촌지도소 출발…올 1월 제23대 경북도농업기술원장 취임

농업현장에서 답 구하고, 아이디어 얻어

일자리와 주거, 문화, 복지의 융합 패키지 프로젝트 추진



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장이 직무실에서 경북농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호학심사(好學深思) 심지기의(心知其意)라는 글귀를 가슴에 새기고 산다.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생각하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33년간 공직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언제나 농촌과 농업을 생각하면서 살아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에 제23대 경북도농업기술원장으로 취임한 신용습(57) 원장의 이야기다.

신 원장은 1988년 영양군농촌지도소에서 공직을 시작해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장과 농업환경연구과장, 작물연구과장 등을 역임하면서 경북의 농업현장을 누볐다.

특히 참외를 비롯한 과채류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참외 발효과(물참외)의 발생원인과 예방법’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년간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과채류 관련 72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50권의 관련 서적 발간을 주도했다.

‘껍질째 먹는 참외 재배 봉지 개발’ 등 15건의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취임 6개월을 맞아 경북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용습 원장이 과수 화상병 발생지역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강소농 육성사업 10년째 이어져

몇 년 전에 “한국에서는 취미농과 기업농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라는 것은 알지만 충격이었다.

고령화와 청년인구 유출, 수도권 집중 등으로 지방의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농촌과 농업의 위기로 연결된다.

여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나온 것이 강소농 육성사업이다.

‘작지만 강한 농업’이라는 의미다.

농촌진흥청이 경영규모는 작으나 계속적인 역량개발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통해 경영혁신을 이루고자 2011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한국형 중소가족농 육성전략사업으로 10만 명을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북도에 1만 명가량의 강소농이 있다.

이들에게 경영진단과 맞춤형 교육, 홍보, 마케팅을 지원한다.

역량강화를 통해 농가소득 10%, 경영능력 20%를 향상시킴으로써 농업의 주역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기술력과 특화된 전략으로 무장해 우리 농업의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강소농 현장을 가다’의 주인공들이 그 사례다.

신용습 원장(오른쪽)이 가지 재배 농가를 찾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답은 현장에…잦은 현장방문

많은 사람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본인도 30년 이상을 농업현장을 누비면서 농업과 농촌이라는 화두를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계속 농업을 공부했고 신기술도 습득했으나, 이론과 현장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와인에는 ‘테루아’라는 말이 있다.

땅과 강수량과 일조량 등 와인생산과 관련한 종합적인 환경을 뜻한다.

모든 농업은 마찬가지다.

토양과 기온, 강수량, 품종, 재배기술, 규모, 사람까지 모든 환경이 다르다.

따라서 현장을 보지 않고는 농업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현장을 배제한 이론과 기술은 탁상공론에 그칠 확률이 꽤 높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200회 이상 현장을 방문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농민은 물론이고 관련기관 임직원 등 대상을 구분하지 않았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았다.

농가나 지역의 특화된 기술과 전략을 다른 지역에 전파하기도 했다.

현장의 어려움은 해결방안을 찾고, 희망사항을 연구과제로 채택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지난 2월 울진군을 찾았을 때 기술원과 거리가 멀어 농민이 농기계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장과 장비가 갖춰졌다는 판단에 따라 굴삭기 등 대형농기계 교육을 울진군으로 이관해, 지역 농민들이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잦은 강우로 인해 체리에 열과(과실이 갈라짐) 발생이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농장의 건의를 받아 울진군농업기술센터와 공동연구과제로 채택해 연구하기로 했다.

이런 일들은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현장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신용습 원장(가운데)이 바로마켓 일일 판매자로 나서고 있다.


◆과수화상병이 안동에서

화상병은 사과나 배나무 등에서 잎과 줄기, 열매가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증세를 보이다가 고사하는 병이다.

2015년 경기도에서 처음 발병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번 발병하면 방제약이 없어 뿌리째 뽑아서 매몰하는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 지난 6월4일 안동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왔다.

즉시 농민들의 과수원 방문금지, 기주식물의 이동금지, 농장과 농기구 소독 등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이어 농촌진흥청 및 식물검역본부,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합동으로 예찰활동을 했다.

무더위 속에 예찰활동을 하는 직원들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전국의 사과면적 3만1천598㏊ 중 경북이 60.3%를 차지한다.

특히 안동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에 집중돼 있다.

확산 시 우리나라 과일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과수 화상병 대응 과정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화상병을 서둘러 극복할 수 있었다.

긴급방제비 44억 원을 예비비로 편성한 것이다.

특히 이철우 지사는 발병한 과수원 전체를 매몰하던 방식을 발병한 나무 주변의 나무만 매몰하는 부분 매몰로 변경하도록 중앙에 건의해 규정을 변경함으로써 농가피해가 최소화됐다.

신용습 원장(두 번째 줄 왼쪽)이 샤인머스캣 장기저장기술 현장평가회에 참석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앞줄 오른쪽)에게 샤인머스캣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신용습 원장이 지난 4월7일 열린 청도복숭아연구소 성과보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농업인 부유한 경북농촌 실현

‘소득 걱정 없는 경북농촌 만들기’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목표다.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 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는 첨단농업기술을 개발해 스마트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ICT활용 병해충 예보시스템 구축, 신기술보급 스마트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에도 주력해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건강하고 편한 농업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 및 산업체와 협력해 R&D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샤인머스켓 장기 저장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황산가스를 이용해 6개월간 저장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지난 3월19일 베트남에 수출했고, 4월23일 국내 도매시장에는 5월에 출하했다.

집중 출하기인 전년도 10월과 비교하면 1.8배의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후 위기에 대응한 디지털농업기반을 구축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와 함께 경북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인력도 육성한다. 농촌진흥공무원은 물론 신규농업인과 청년농업인들이 농업기술과 리더십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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