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쏘아올린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야권 대선주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유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자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의 정치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보탰던 이준석 대표는 논쟁이 가열되자 일단 한발 물러서 당론 채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지난 6일에 이어 8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를 거듭 주장하며 뒤따른 비판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에 대해 “집권 내내 국민 편 가르기를 해온 민주당이 분열의 정치를 거론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면서 “여가부야말로 그동안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양성 간 평등과 공정은 우리나라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해야 할 가치”라며 “이 많은 일을 여가부 혼자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겠냐.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가부가 없으면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는 “정말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뻔뻔한 사람들이라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여가부는 뭘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하태경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여가부를 시한부 부서로 규정, 20·30세대에 대한 차별이 없어졌다며 “폐지가 아닌 졸업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하 의원은 “졸업을 안 하니까 이상한 일들만 자꾸 벌인다”며 “외부에서 공무원을 뽑다 보니 탈레반 여성 우월주의자들, 급진적인 분들이 여가부에 들어가 남자 혐오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많은 국민이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부서 폐지 문제는 조금 더 검토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가부에) 업무의 큰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유리천장이 남아있다며 여가부 폐지는 시급하지 않고 오히려 과학부총리 신설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원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가 제 기능을 못 한 책임은 이 정권에 있다”며 “정권에 물어야 할 책임을 여가부에 떠넘기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윤희숙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여가부 폐지에 대해 “분노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만들어내는 해결책인지는 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에 대한 당론 검토는 “훨씬 더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대선주자별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대구를 찾아서는 “여가부는 특수한 목적을 바탕으로 한 특임부처 행태로 20년 가까이 운영됐는데 평가를 한번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며 “여가부가 존재함에도 지난 10년간 젠더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여가부 폐지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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