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정부여당의 눈 밖에 난 대구에 주기 싫어 소장품 활용위원회라는 이름만 그를 듯한 단체를 내세워 서울로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지역민들도 있다. 가뜩이나 각종 국책 사업에서 소외돼온 대구·경북(TK)이다. TK의 허탈감에 분노마저 느껴진다. 현 정권과 여당을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지역민들의 독을 품은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가 국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국내외 박물관 협력 확장성 등을 원칙으로 검토한 결과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부지와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가 최적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후보지를 두고 대구시 등 30여 지자체가 유치 경쟁이 벌어졌지만 모두 허사가 됐다. 대구시는 즉각 반발했다. 비 수도권을 대상으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대상지를 다시 선정할 것을 촉구하고 다른 지자체들과 연대해 부당한 입지 선정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대신에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국립문화시설 확충 및 지역별 특화된 문화시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생색을 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반발하는 지자체를 달래기 위한 대책이 될 수가 없다.
대구는 삼성의 모태 도시다. 범시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부지 제공은 물론 대규모 관련 투자까지 하겠다고 나선 마당이었다. 되는 게 없다는 TK의 한탄과 자조를 견디기엔 너무 아프다. 정부는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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