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창궐 상황에 발원지인 중국으로 떠나||공무원인 아내와 함께 중국에서 구미 기업의 중

▲ 시병연 구미 중국통상협력사무소장.
▲ 시병연 구미 중국통상협력사무소장.






비수도권 중 최고의 산업도시로 꼽혔던 구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구미에 뿌리를 내린 대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 또는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부 기업이 여전히 구미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위안이다.

전문가들은 구미지역의 수출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중국시장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국은 구미 수출의 38%를 차지하는 가장 크고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시장 판로 개척의 경험이 많지 않은 지역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들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구미시가 중국 고신구에 구미 중국통상협력사무소를 설치했다.

구미 중국통상협력사무소는 구미지역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과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중국기업들의 구미국가산단 투자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한·중 공동 프로젝트 발굴, 국제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글로벌 협력사업도 추진한다.

지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건 꽤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한국을 떠나 문화와 언어가 전혀 다른 이국에서 근무하겠다는 공무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시병연(46) 중국통상협력사무소장은 달랐다.

구미시청 기업지원과 투자유치계장이던 그는 중국통상협력사무소를 맡을 지원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내와 함께 구미시청에서 근무하는 부부 공무원이 중국으로 떠난다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부부는 주저 하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역할이라면 당연히 따르는 게 공무원의 도리라는 신념이 몸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구미시청 직원 중에서 국제 무역 분야와 중국어 모두에 일가견이 있는 유일한 인물로 꼽혔다.

당시 시 소장 부부가 중국행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구미시가 한 동안 마땅한 적임자를 구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그도 잘 알았고 흔쾌히 응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시기인 2020년 1월13일 보직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코로나19 상황은 전 세계를 마비시킬 만큼 심각했었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대부분 폐쇄된 상황이었다.

결국 시 소장 부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다소 누그러진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떠났다.



대학(경북대)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 공직생활 중에도 무역사절단 파견과 해외 전시회 참가, 투자유치 등의 통상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그의 용기(?)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타국생활을 시작한 부인 오미영(구미시청 계장. 휴직 중)씨도 다행히 대학시절에 중국어를 공부한 덕분에 중국 생활에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시 소장은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중국생활이 어렵지 않다고는 말할 순 없다”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중국 입국과 장기간의 격리, 그리고 근무지 정착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다행히 자매도시인 창사시의 전폭적인 지원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중국 주재 한국기관 관계자들의 협조 덕분에 빠른 시일 내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편안하게 공직생활을 할 수 있는 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단다.

시병연 소장은 “물론 약간의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적성과 특기에 맞는 분야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사무소를 책임지는 현재의 업무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웃음 지었다.



이어 “중국 현지에서 사업·투자 설명회를 적극적으로 개최한 덕분에 중국 정부 및 기업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에서 구미국가산단과 구미지역 기업을 소개할 때는 뿌듯함은 물론 감동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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