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혼 미룬 부부들과 올해 결혼 예정부부 겹쳐 ‘쏠림현상’||인기 식장 성수기 예약

▲ 오는 가을 결혼식장을 잡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는 결혼을 미룰 수 없어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김그린(33·여)씨의 예식 장면.
▲ 오는 가을 결혼식장을 잡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는 결혼을 미룰 수 없어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김그린(33·여)씨의 예식 장면.
코로나19가 웨딩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그린(33·여)씨는 뜻하지 않게 지난달 결혼식을 치렀다.

지난해 말 결혼 준비를 하면서 지역에 인기 있는 예식장 이곳저곳을 문의해 봤지만 올 가을에는 예약이 꽉 찼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올린 결혼식 날짜에도 빈 시간이 하나밖에 남지 않아 서둘러 예약을 했다.

김씨는 “여자라면 누구나 10월의 신부를 꿈꾼다. 하지만 원하는 예식장의 예약이 다 차버렸고 더는 미룰 수 없어서 급히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지역에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도 못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예식을 미룬 예비부부들과 올해 결혼을 앞둔 부부들의 예식이 겹쳐 일종의 ‘병목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예비부부들에게 인기 좋은 예식장의 경우 소위 황금 시간대는 내년 4월까지 예약이 꽉 찬 상대다. 지금은 나머지 시간대에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의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6개월까지 준비한다. 봄(3~5월)과 가을(9~11월), 토·일요일 점심시간에 진행되는 결혼식은 여전히 사람들이 몰린다.

지역 웨딩플래너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결혼식을 올리려는 예비부부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을 미룬 예비 신랑신부가 올들어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예식날짜를 잡으려고 한꺼번에 몰린 게 가장 큰 이유라는 것.

동구 A예식장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황금 시간대(오전 11시~오후 1시) 예약이 꽉 차있다”며 “지난해 결혼을 미룬 예비부부들의 결혼과 올해 결혼을 예정한 분들의 식이 겹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성구 B예식장도 성수기인 오는 9~11월과 내년 3~5월 예약이 90% 완료됐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예비부부들에게 외면 받던 비인기 시간대(오후 4시 이후)인 ‘이브닝 웨딩’도 차선책으로 부상하는 추세다.

이브닝 웨딩은 기성세대가 판단하는 ‘손님맞이’로 적절치 않은 시간대인 탓에 예약률이 저조했지만 이마저도 문의와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 웨딩협회 관계자는 “통상 1년 전에 미리 웨딩을 준비한다면 원하는 장소·시간대를 골라 들어갈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원하는 시간대를 잡기 위해선 식장을 낮춰야 하고 원하는 식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황금 시간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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