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기지 딜레마, 한 발씩 물러나 해법 찾아야

발행일 2021-07-05 15:20:2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도시철도 차량기지가 애물단지가 됐다. 건설과 관련한 마찰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차량기지는 도시철도 운행에 필수적이지만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다. 입지와 관련한 대구시 방침에 결사반대를 외치고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론되기만 해도 강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다. 하지만 차량기지가 들어설 경우 소음·분진 등으로 인한 주거환경의 질 저하와 부동산 가격하락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다. 주민들의 권리 주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대구시의 정책 추진에는 문제가 있다. 일련의 사태는 주민들의 집단반발이 충분히 예상되는 데도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한 결과다. 미숙한 정책추진 때문에 논란이 커지는 느낌이다. 예전처럼 밀어붙이는 행정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시기다. 한정된 예산으로 효율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는 대구시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에는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이 당연히 선행돼야 한다.

동구 안심3동 주민들은 최근 달서구에 있는 도시철도 1호선 월배차량기지를 안심차량기지로 통합하려는 대구시의 용역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동구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한다고 반발한다.

신설 엑스코선의 차량기지 건설이 유력한 동구 이시아폴리스 지구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온다. 차량기지 예정부지인 봉무IC가 3천800세대의 공동주택 단지와 불과 30m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동구 주민들은 차량기지 유치를 희망하는 곳이 있었지만 대구시가 배제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월배 기지는 대구대학교와 달성군 옥포읍에서, 이시아폴리스 기지는 북구 연경지구에서 유치를 희망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사업비용 증가와 4차 철도망 포함 등 행정절차 상의 문제로 이들의 유치희망을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기지와 관련한 반발은 이뿐이 아니다. 서구 비산동 주민들은 서대구역과 안지랑역을 연결하는 트램(노면전차)의 달서천 복개부지 차량기지 건설안에 반발하고 있다.

차량기지가 없는 도시철도는 있을 수 없다.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지역 전체의 발전을 위한 사업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적절한 대안을 찾거나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대구취수원 구미 해평 이전’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도시철도 차량기지 문제도 주민과 관련 기관이 한 발씩 물러나 생각하면 합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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