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로 만나는 경북 문화재 (10)문경 모전들소리

발행일 2021-07-19 17:25:34 댓글 1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2020년 4월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46호 지정

모두 11개 마당으로 구성, 신명나는 소리 눈길

모전들소리보존회에서 명맥 유지하며 전승·보존

문경 모전들소리보전회 회원들이 농사를 지으며 불렀던 농요(모전들소리)를 재현해 내고 있다.
2017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문경 모전들소리보존회 회원들이 얼싸 안고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문경은 백두대간을 따라 펼쳐진 천혜의 경관 속에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가득한 고장이다.

모전동 일대를 중심으로 전해져 오는 독특한 노동요(의식요·유희요)인 ‘모전들소리’(경북도 무형문화재 제46호)는 지역에서도 가장 고유한 특색을 지닌 문화재로 손꼽히고 있다.

공동체의식을 강조하는 모전들소리의 특성상 개인보유자가 문화재로 인정되지 않고, 보존회 중심의 단체 종목 무형문화재로 2020년 4월 등재됐다.

이는 모전들소리의 계보를 잇고 있는 모전들소리보존회의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의 결과물이다.

특히 보존회가 첫 출전한 2017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전부터 지역에서 탄탄한 실력을 자랑하던 모전동 소리꾼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지도력이 오랜 세월 끝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기질은 이곳의 옛 어르신들이 일상 속에서 일과 놀이를 함께 즐기는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과언이 아니다.

전통사회가 농업을 위주로 하는 사회였던 만큼, 생업과 연관된 각종 노동요들이 소리꾼들에 의해 퍼져 나갔다.

이를 전승·보존하고자 모전들소리보존회는 사라져 가는 민요를 찾아서 익히고 그 결과를 공연의 형태로 재현해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연물로 재현해 내고 있는 향토민요 소리의 주가 바로 모전들소리이다.

향토민요는 여러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특별한 스승이 있거나 그에 따른 계보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모전들소리는 명확한 전승계보의 사실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기능, 사설, 가락이 함께 어우러진 향토민요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모전들소리의 11개 마당

현재 공연물로 재현되고 있는 모전들소리는 모두 11개의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마당 소리로는 △지신밟기소리 △가래질소리 △방천(논둑)다지는 소리 △목도질소리 △보리타작소리 △모찌는소리 △지게상여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기싸움소리 △장원질소리가 있다.

첫 마당인 지신밟기는 재액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벌이는 내용이다.

모전동에서도 정초 또는 대보름 동제를 마친 뒤 가가호호를 돌며 지신을 밟았다고 한다.

가래는 흙을 파고 옮기는 데 쓰는 농기구로, 가래질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가래질소리이다.

가래질을 해서 만든 방천이나 논둑을 사람의 몸무게를 이용해 발로 다지면서 부르는 민요가 바로 방천(논둑)다지는 소리다.

목도질소리는 통나무나 바위 등 무거운 것들을 운반하는 공동 작업을 할 때 내는 소리이며 보리타작소리는 보리타작의 작업이 매우 빠르고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선소리꾼이 일꾼을 격려하고 작업을 지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본답에 모를 옮겨 심으며 불렀던 소리가 모찌는소리이며 땔나무를 하러 산으로 간 장정들이 여러 개의 지게를 이용해 상여를 만든 뒤 선후창 형식으로 상여소리를 매기고 받은 게 지게상여놀이이다.

이밖에 모심는소리는 모를 쪄서 옮기며 흥겹게 부르는 소리이며 논매는소리는 벼농사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작업인 논매기의 시작과 끝을 축하하고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부르게 된 소리이다.

농사를 끝내고 인근 지역의 수십 개 마을이 참가해 농악의 기량과 마을의 기세를 겨루는 형식의 기싸움소리와 그 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일꾼을 장원으로 뽑아 마을로 이동하면서 부르던 장원실소리를 끝으로 모전들소리의 한마당이 완성되게 된다.

문경 모존들소리보존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경 모전들소리보존회 회원들이 농요를 부른 뒤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모전들소리의 성격과 특징

문경 모전들소리의 선율은 독특하면서도 지역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다.

흔히 영남지역의 민요는 함경도 및 강원도 지역과 함께 동부민요권으로 분류된다.

이를 메나리토리권으로 지칭한다.

특히 경북 중북부지역의 민요는 높은 음역 위주의 선율을 구사하는 게 특징이다.

모전들소리는 문경과 인접한 상주와 예천의 소리와 다르고 강원도 소리와도 다른 독특한 소리가 있어 고유한 지역적 특색이 잘 묻어나는 민요이다.

모전들소리는 특정 악곡에서 아예 음계의 최저음이 빠지고 높은 음역계가 지속되는 유형이 자주 나타난다.

이에 맞게 다른 지역에서 보기 드문 독창적인 면을 강조하며 놀이와 노래를 자주 변용하고 종지음의 출현이나 다양한 악곡의 변화로 전통의 범위 내에게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일의 강도와 형태에 맞춰 민요도 다양하게 불러야 노동에 도움이 된다는 현장의 느낌을 잘 살려 일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전해지고 있다.

문경 모전들소리보전회 회원들이 농사를 지으며 불렀던 농요(모전들소리)를 재현해 내고 있다.
소리꾼 금명효씨
◆모전들소리를 계승·보존하다

모전들소리를 전승하고 있는 모전들소리보존회(이하 보존회)는 모전농악단을 모태로 삼아 2010년 7월 창립됐다.

보존회는 문경 모전동의 소리를 찾아 널리 알리고 전통을 이어나가자는 데 뜻을 모은 이들이 뭉쳐 결성됐다.

현재 보존회에는 50여 명의 회원이 있으며 모전동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민요를 익히고 전승하고 있다.

모전들소리의 계보는 양수봉(1925~2012년) 선생에 이어 김제수(보존회장)·강동완(상쇠)·금명효(선소리꾼)씨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양수봉 선생은 모전들소리의 계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다양한 농요를 구사한 인물이다.

양수봉 선생이 보유한 다양한 음악들을 상당 부분 전수 받고 모전들소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게 이 3명이다.

김제수 회장은 1958년생으로 1987년 당시 모전농악단에 입단하며 농악과 소리를 배우게 됐다.

특히 양수봉 선생의 자택을 직접 방문하며 민요 가사집을 만들 정도로 왕래가 잦아 소리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양수봉 선생에게 배운 ‘지신밟기소리’, ‘가래질소리’, ‘모심기소리’를 잘 재현하고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문경지역에서는 유명 소리꾼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상쇠인 강동완씨는 1995년부터 본격적인 농악 활동을 시작했다.

상쇠는 농악패에서 꽹과리를 치며 가장 앞에서 전체 음악을 지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그는 양수봉 선생이 악기와 소리를 하면 뒤에서 소리와 장단을 맞출 정도로 전문적인 베테랑 소리꾼으로, 보존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김제수 보존회장에 앞서 전 회장(2015년)을 역임한 바 있다.

금명효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고향에서 마을 잔치를 할 때 어르신들과 지신밟기를 했다고 한다.

경찰이 직업인 그는 문경에 정착하게 되면서 부인인 이영옥씨의 권유로 모전농악단에 가입했고 소리를 잘하는 특기를 발견한 김제수 보존회장의 제안으로 양수봉 선생을 만나게 됐다.

보존회 회원들 사이에서 그의 목소리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 일컫는다.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이들이 뭉쳐 함께 농요와 농악을 하며 지역 전통의 맥을 되살리는 데 힘쓰게 됐고, 결국 2010년 보존회가 창립하게 됐다.

보존회는 2011년 가은기세배굿 재현행사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각종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모전들소리의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2014년부터 매년 정기발표회를 열며 소리의 지역성과 전통성을 알리는 동시에, 같은 해 문경아리랑 경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2017년에는 제5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경북도 대표로 참가해 대통령상과 개인연기상(선소리)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를 바탕으로 김제수 보존회장과 상쇠인 강동완, 선소리꾼인 금명효씨가 직접 지역에 전승된 민요를 적극적으로 발굴·조사해 각계의 고증과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모전들소리는 2020년 경북도의 무형문화재 제46호로 지정되며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보존될 수 있게 됐다.

김제수 모전들소리보존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상쇠인 강동완(오른쪽에서 두 번째)씨, 소리꾼 금명효(맨 오른쪽)씨가 지난해 4월 모전들소리의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46호 지정을 기념하는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제수 모전들소리보존회장을 만나다

“모전들소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선 옛 것을 유지하면서도 신명나고 전문적인 문경 향토민요의 힘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경지역 향토민요 소리꾼이자 모전들소리의 전승·계보에 앞장서고 있는 김제수 모전들소리보존회장(문경시 풍물연합회장·모전농악단장)의 꿈은 전수 연습실을 하루빨리 마련해 문경 모전동 소리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다.

이렇다 할 연습실이 없어 지역 체육관을 전전하고 소리를 부를 때 입을 옷과 징, 꽹과리, 북 등의 악기들도 변변치 않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50여 명의 회원이 한 자리에 모여 모전들소리의 장단을 맞추고 싶은 소원과 더불어 학생들에게 민요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에, 연습실 건립은 그가 소리를 내려놓기 전 완료해야 할 임무이자 사명이다.

김 보존회장은 “2017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첫 출전하자마자 대상을 탔을 때 문경 모전동의 주민들과 학생들이 응원단으로 와 큰 힘이 됐다”며 “그 때 느꼈다. 상을 받고 나서 지자체와 관련 단체들의 시선이 달라졌으며 없던 후원과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토대로 문경의 향토민요만큼은 다른 민요들처럼 전승자 없이 소리소문처럼 사라지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후대에까지 모전들소리를 전수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그가 추구해 온 소리의 정체성은 옛 것을 중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트렌드를 접목시켜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소리의 한마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젊은 층을 많이 흡수하게 됐으며 보존회의 회원 연령층 또한 다른 단체보다 10~20살은 더 젊은 편에 속한다.

김 보존회장은 “우리의 소리를 모두 보여준 다음에는 트로트와 댄스 등을 민요와 섞어 부르기도 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소리들을 발굴·복원해도 이를 알아주는 이들과 전승할 이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회원도 80여 명으로 늘리고 코로나19가 끝나는 동시에 학교를 돌며 민요 행사를 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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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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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dy5*****2021-07-19 22:17:01

    요즘에 저런 단체가 있다니 진정 보존 전승이 된다는 느낌이랄까ㅎ 젊은 사람이 이어주니 든든하네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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