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명품일꾼〈17〉한국노총구미노동법률상담센터 엄문진 공인노무사

발행일 2021-07-05 13:01: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한국노총구미노동법률상담센터 엄문진 공인노무사.


“어느 한쪽 입장만 대변하면 노사 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한 발 양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노사에 제시하는 것이 갈등 해결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노총구미노동법률상담센터(구미시 산호대로 185 구미시근로자권익지원센터 1층)는 지역 근로자들의 권리구제와 권익보호를 위해 1989년 6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해고 및 산업재해, 주휴수당, 부당해고, 퇴직금 등과 관련한 해마다 3천 건이 넘는 노동 법률상담을 제공한다.

올해로 2년째 센터에서 근로자들에게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엄문진(40) 공인노무사는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 이상이 임금체불에 관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가 상담한 근로자 상당수는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영세사업장에서 일 하는 근로자이거나 아르바이트생이다.

이들은 노동법을 몰랐거나 사회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일한 대가’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해 센터를 찾는다.

상담이 진행되면 엄문진 노무사는 다양한 법적 자료를 검토해 이들이 받아야 될 임금을 계산하고 법적 절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산업재해의 경우에는 현장 조사를 통해 노동의 종류와 강도, 작업환경, 애로사항 등 여러 자료를 직접 수집하기도 한다.

그는 “지역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 했던 외국인 근로자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말이 서툰 그는 5년 동안 최저임금조차 보장 받지 못 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다행히 외국인 근로자는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근로계약서와 비슷한 자료를 갖고 있었다. 밀린 임금을 계산해보니 수천만 원에 달했다.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도록 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으로부터 임금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를 본 근로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라면 피해 보상을 받기 힘들어진다고 엄 노무사는 강조했다.

임금체불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 사용자가 거부하면 ‘을’의 입장인 노동자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임금체불 사건의 90%가 근로계약서 한 장으로 해결된다”며 “근로계약서 작성이 여의치 않다면 GPS(위치 파악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면 근로 사실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엄 노무사는 SK실트론, 동양시스템 등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성공한 샐러리맨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동양사태’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그의 인생도 송두리째 흔들렸다.

한 순간에 실직자 신세가 된 그에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직 활동 도중 어떤 회사가 채용을 핑계로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고, 또 다른 회사는 출근 며칠을 앞둔 시점에 일방적으로 ‘합격 취소’를 통보하기도 했다.

그가 취업의 꿈을 접고 노무사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었다.

인천의 한 노무법인에서 일하던 엄 노무사는 2019년 5월 한노총구미노동법률상담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구미가 고향이기도 했지만 이곳에서는 집단적 노사관계에 관한 업무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센터에서 그는 상담과 법률지원 외에도 노동조합설립과 노동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미와 김천을 벗어나 경북 전체로 활동영역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SNS를 이용한 비대면 상담도 늘려가고 있다.

엄문진 노무사는 “이곳에서 지역 노동자는 물론 시민의 가장 가까운 법률 도우미가 될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을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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