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모 회장 대백 발자취 전시장 둘러보며 회상||대부분 50~70대 방문객, 지팡이 이끌고

▲ 대구백화점 구정모 회장을 포함한 대구백화점 임·직원들이 지난 6월30일 오전 대구백화점 본점에서 입장객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있다.
▲ 대구백화점 구정모 회장을 포함한 대구백화점 임·직원들이 지난 6월30일 오전 대구백화점 본점에서 입장객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인사를 올리고 있다.
“옛날 대구백화점 앞은 차가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문을 닫는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1962년 개장해 52년간 동성로의 중심을 이끌던 대구백화점(이하 대백)의 마지막 영업날인 6월30일, 백화점 내 분위기는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대백은 주로 청장년층이 찾았지만 이날만큼은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60~70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개장과 동시에 대백 구정모 회장을 포함한 대백 임·직원들이 2열로 서서 입장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이후 구 회장은 1층 대백 발자취 전시장에서 1944년 대구상회 모습부터 오늘날까지 대백의 모습을 담은 기록을 둘러보며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층 패션잡화·화장품·코스메피아 코너 일대 점포 직원들은 재고 떨이를 위해 판촉에 열을 올렸다. 한편에서는 다른 직원들이 재고를 검수했다.

일부 진열대는 비었고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회포를 푸느라 점포 내 직원이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상품 공동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한층 더 현실로 다가왔다.

여성 전용 매장을 벗어난 4층부터는 점포 내 차곡차곡 쌓여있는 박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점포 직원들은 재고를 점포 바닥에 쏟아놓고 박스에 넣어 정리하느라 접착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한 점포는 아예 상호를 떼버리고 퇴점한 상태였고, 다른 한 점포는 재고 정리를 이미 어느 정도 끝내 점포의 반이 비어있었다.

대백 입점 의류업체 매니저로서 15년간 근무한 김모(40)씨는 “백화점 문을 닫아 섭섭할 만도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유지해왔기 때문에 마냥 가슴 아프지만은 않다. 당장 다음 일자리를 찾아야 해 슬퍼할 겨를도 없다”며 “재고는 브랜드 본사에 반납하면 되기에 내게 큰 손해는 없다. 다만 우리 층은 다음 주 안으로 점포를 비워줘야 해서 재고 포장정리 및 배송으로 바쁘다”고 전했다.

6층 정장·캐릭터·트래디셔널 캐주얼 코너에는 신상품을 걸치고 있어야할 마네킹들이 놓여있었다. 빈 옷걸이와 옷 거치대도 겹쳐져 한 쪽에 쌓여 있었다.

가방을 사러 나온 오모(20)씨는 “가방보다는 텅 빈 매장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대구의 중심인 대백이 없어진다고 하니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며 “어렸을 적 어머니와 손잡고 쇼핑하던 추억서린 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가슴 한 켠이 찡하다”고 말했다.

▲ 지난 6월30일 대구백화점 8층 골프 코너 일부는 정리가 이미 진행돼 진열대가 빈 채 택배 박스만 놓여있다.
▲ 지난 6월30일 대구백화점 8층 골프 코너 일부는 정리가 이미 진행돼 진열대가 빈 채 택배 박스만 놓여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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