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 경제사회부장
▲ 이주형 경제사회부장
이달 초 정부와 대구시는 코로나19 화이자백신 3천만 명 분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대구시가 지난달 말 백신 접종 향상을 위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구의료단체가 화이자백신 3천만 명 분을 구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다.

백신을 구하지 못해 안달난 정부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환영해야 할 판에 갑자기 진실공방이 진행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대구에서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구할수 있겠느냐는 식의 발표를 하는 모습이었다.

행간의 의미는 “정부도 구하지 못하는 화이자 백신을 지방자치단체와 촌구석 의사들이 구할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동안의 진행상황은 이렇다.

지역 의료단체 모임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국제 의료네트워크를 가동해 화이자백신 3천만 명 분을 구할수 있다는 의견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대구시는 대구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비롯해 코로나19 방역까지 수년간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손발을 맞춰온 터라 지역 의사들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의료계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카르텔이 있다.

의사는 제약회사 입장에서 ‘갑’중에 ‘갑’이다. 한국의사든, 미국의사든, 서울의사든, 지방의사든 약을 많이 사용해주는 의사가 이른바 ‘장땡’이다.

한국 의료계는 예를 들어 심장 분야 최고의 명의가 A제약사 약을 사용해면 국내 심장분야 의사 대부분이 A제약사 약을 사용한다.

그러니 한국의 명의는 웬만한 제약회사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위치다.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좋은 관계를 맺은 지역 의사들이 특정 의약품을 어렵지 않게 구할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귀띔이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처음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측의 제안을 들었을때 “이같은 중요한 사안을 정부와 협의를 해달라”고 관계부처와 연결해 주었다.

보건복지부도 처음에는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분위기였다.

복지부 측은 일이 진행되면서 혹시나 틀어질까 싶어 대구시에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와 정부의 3천만 명 분 화이자 백신 구하기 프로젝트가 차근차근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31일 대구시장과 지역의료계가 백신을 접종해달라는 대시민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백신을 구할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메디시티협의회에서 진행중인 백신 구하기 프로젝트를 살짝 이야기했고 일부 중앙언론에서 다음날 대서특필했다.

그러자 다음날부터 정부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대구 의료단체가 연결하고 있는 화이자 백신의 진위여부를 들고 나온 것이다.

화이자 한국지사에 물어보니 “그런일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타전했다.

대구가 구하려는 화이자백신이 “사기가 아닐까 의심된다”는 이야기까지 흘렸다.

추론해보자면 정부가 구하지 못하는 백신 3천만 명 분을 촌동네 의사들이 구한다고 하면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있을까’ 싶어 반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메디시티대구 협의회에서는 백신을 구할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의심치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고춧가루 뿌리기 행태에 백신 구하는 것이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라는 상황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과의 셧다운을 막지 못해 코로나19가 국내에 창궐하자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대구로 프레임을 바꿨다.

이 때문에 대구는 ‘고담시티’라 칭해졌다.

하루 700명 코로나 19 신규 확진자 발생이라는 참담한 상황을 대구형 방역으로 훌륭히 이겨내 외신까지 찬사를 했지만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구하지 못해 국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의 3천만 명 분 구하기 프로젝트를 사기극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을 만든것 아닌가 의심된다.

정부가 프레임 교체라는 술책보다는 코로나19로부터 어떻게 국민들을 구할지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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