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흑사병’으로 불리는 ‘과수 화상병’의 확산 추세가 심상찮다. 사과와 배나무 등에 주로 발생하는 과수 화상병이 국내 최대의 사과 주산지인 경북의 과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경북도가 긴급 방제에 나섰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애 태우고 있다. 방역 당국과 농가가 피해 예방 및 방제에 더욱 힘을 쏟아 과수 화상병의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경북도는 22일 4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내 전체 사과 재배 농가 2만8천173곳(재배 면적 2만1천951㏊)에 예방 약제를 긴급 공급키로 했다. 이는 최근 안동 농가에서 경북 첫 과수 화상병이 발생,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히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에서 과수 화상병이 확산될 경우 자칫 국내 사과 산업 전체가 붕괴될 우려가 높아 경북도가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경북에서는 지난 4일 안동시 길안면 한 사과 농장에서 과수 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후 임하면, 일직면 등의 11곳의 농가가 피해를 입었다. 현재 전국에서 450건 이상 발생했다. 방역 당국은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 농장의 사과나무를 매몰 조치하고 있다. 또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정밀 예찰 활동을 벌이는 등 확산 방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과수 화상병은 세균에 의해 사과·배나무 잎과 줄기, 과일 등이 검게 말라죽는 병이다. 벌 등 매개 곤충과 농기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염된다. 6~7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특히 올해는 잦은 비로 세균 확산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사과와 배 나무가 화상병에 감염되면 농가는 속수무책이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데다 마땅한 치료 약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무서운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10년 안동 축산 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수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살 처분 후 매몰하는 충격을 맛봤다. 그 아픈 기억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수 화상병으로 사과나무를 매몰하는 사태를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확산을 조기 차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방역당국과 농가가 긴밀하게 협조해 방제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예방 약제 살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예방 및 치료제를 속히 개발하길 바랄 뿐이다. 화상병 발병 시에는 인근 지역 확산 방지에 주력해야 한다. 과수원을 수시 예찰하고 농기구를 소독해야 한다. 당국과 농가는 피해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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