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계남 개인전 대구미술관서…‘검은색’, ‘한지’로 공간감 선보여

발행일 2021-06-22 10:49:4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미발표 평면작품 30점과 입체작업 3점 등 모두 33점 공개

직접 붓글씨로 쓴 한지 1㎝로 잘라 꼰 실타래로 평면 부조 탄생

대구미술관 2021다티스트(DArtist) 원로부문에 선정된 차계남 작가.
무제, 2020
“10년간 대구미술관에 서기 위해 만든 작품이 빛을 발휘한 순간입니다.”

올해 대구미술관 2021다티스트(DArtist) 원로부문에 선정된 차계남(68·여) 작가가 벅찬 감정을 전했다.

대구미술관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중견작가와 원로작가를 선정해 개인전과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작가의 40년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차계남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9월26일까지 대구미술관 2, 3 전시실에서 열린다.

그는 2007년부터 대구미술관에 전시할 꿈을 꾼 뒤 2009년부터 남몰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당시 제의가 없어 속상했단다.

하지만 작업을 꾸준히 하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작업에 꾸준히 매진했다.

이번 전시전은 그가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여간 준비한 작품들이다.

그는 “그 당시 대구미술관에 전시 기회가 있었다면 실패했을 거라 생각이 든다. 관람객들도 나의 작품이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라며 “10년간 준비를 통해 결실을 맺은 것 같다. 대구를 대표하는 미술관에 준비한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웃음 지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차 작가의 ‘색과 질료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미발표 평면작품 30점과 입체작업 3점 등 모두 33점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3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질(한지, 사이잘 마), 색(검은색)과 공간감이다.

흑백의 변화를 보여주는 평면작품은 2,3 전시실에 마련돼있고, 질을 주재료로 한 대형 입체작품은 선큰가든에서 볼 수 있다. 대형작품은 폭포, 파도, 숲, 비를 연상케 한다.

차계남 작가의 작품은 고난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그는 한지에 붓글씨로 그가 선호하는 불교경전 ‘반야심경’을 쓴 뒤 1㎝ 폭으로 자른다. 분할된 한지들을 한 가닥씩 꼰 뒤, 실과 같이 완성된 끈은 평면에 붙인다.

과정 끝에 켜켜이 쌓아 완성된 작품은 최소 3겹부터 5겹 이상 쌓아 올려져 부피감과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통상적인 평면 작업이 아닌 평면 부조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 과정을 위해서는 실로 꼰 한지를 빨랫감처럼 하나하나 일일이 걸어두고, 말린 뒤 실타래로 돌돌 마는 고난도의 인내 과정이 필요하다.

그의 작품은 대작들이 대부분으로, 작가가 하루 12시간을 매달려 오로지 수작업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무제, 2019
끝내 붓글씨로 쓴 점과 점은 만나 검은색이자 선이 되고, 여백은 흰색이 돼 작품이 탄생한다.

차 작가는 “실을 꼬아 실타래로 만드는 것은 내가 원하는 세상, 공간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길이라고 생각하고 영원히 걷다 보면 그것이 내 인생이며, 인생의 길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염색 기법을 연구하는 등 섬유조형물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섬유로 조각을 만들고, 평면 속에서도 시공간을 표현하는 작품을 완성해왔다.

무제, 사이잘 마, 200x950x100cm, 2000
무제, 한지에 먹, 244x1708x7cm, 2009
전시관 인근 프로젝션 룸에서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제작된 차계남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영상을 만나볼 수도 있다.

그는 앞으로 검정색과 흰색뿐 아닌 다른 새로운 색감도 선보일 수 있다며 기대해달라고 했다.

그는 “미술관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한이 없고 가장 기쁘다”며 “사실 원로작가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중견작가로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국내외에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오도록 하고 싶다. 한국을 넘어 유럽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작업에 매진하며 다가올 10년 뒤도 준비하겠다”고 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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