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때가 됐다. 매년 이맘때면 연례 행사다. 대구시 산하 공사·공단의 임기가 만료된 임원 자리가 여러 곳 빈다. 후임자를 두고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특정인 낙점 소문도 돈다. 명예퇴직 신청을 한 대구시 고위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대구시 산하기관의 임원 자리는 그동안 퇴직 공무원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다. 물론 일부 외부 전문가들이 기용되기는 했지만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그 외 대부분은 공무원 일색이다. 이젠 대구시도 공기업 임원 자리의 문호를 대폭 개방할 때가 됐다. 외부 수혈을 통해 공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조직에 윤기를 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의 대구시 산하기관 임원 임용의 경우 수 십 년 동안 쌓은 행정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년을 1년 앞둔 명퇴 신청은 고위직 인사의 숨통을 틔워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또한 대구시장으로 봐서도 경륜과 전문성을 살려 3년 정도 현업과 관련된 부서에서 일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조직 관리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동안 공사·공단의 임원 자리엔 퇴직 고위 공무원이 주로 진출했고 대구시장 선거를 도운 대구시 의원과 선거 캠프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의원과 캠프 관계자의 임용은 논공행상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공기업 임원 자리를 이렇게 떡 나눠먹듯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올 하반기 대구시 산하 공사·공단의 임원 자리가 줄줄이 빌 예정이다. 퇴직을 앞둔 고위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대구교통연수원장, 엑스코 경영본부장, 대구환경공단 사업본부장이 공모를 앞두고 있다. 내년 2월엔 대구도시공사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이 자리의 향배도 관심사다. 이달 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대구시 국장급 공무원들이 명함을 내밀고 있다. 대구시는 공모를 통해 대구교통연수원장 등을 선발할 계획이다.

대구시의 국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 4명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로 연수가 아닌 명예퇴직을 신청, 자리가 비는 공사·공단의 임원에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대구시는 공무원의 경륜과 전문성을 살리는 한편 외부 수혈을 통해 공기업 운영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공기업 임원 자리가 퇴직 공무원들의 전유물이 되도록 할 텐가. ‘그 나물에 그 밥’ 임원 인사라는 소리는 듣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낙하산 인사는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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