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과 ‘미나리’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왜일까?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라는 문화현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맞는 말이겠지만 거기에 더해 보편성에 독창성을 버무려 낸 작품의 높은 완성도가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고 흥행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더 합당한 평가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급 갈등이라는 일상의 소재를 재미라는 요소를 더해 스토리화 한 기생충과, 한 가족의 해외 이민사라는 다소 뻔한 이야기에 윤여정이라는 명배우의 연기력을 더해 감동과 여운을 주는 작품이란 비평가들의 호평까지 받은 미나리, 두 영화의 성공에는 결국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지역 신문에는 처음으로 코스닥 등록을 준비 중인 스타트업들이 지역에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어 눈길을 붙들었다.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10년이 안 된 신생 벤처기업을 말하는데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 스타트업들에게 증시 상장은 자금 확보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는 기회이자,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마련되는 일이기도 하다.

화제가 된 지역 업체는 진공단열재 제품을 생산하는 ‘에임트’,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및 사진 콘텐츠 제작용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보유한 ‘쓰리아이’, 그리고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 개발 기술을 가진 ‘아스트로젠 등이다.

짧은 업력에도 이들 업체가 코스닥 등록까지 추진할 수 있게 된 데는 무엇보다 시장에서 입증된 기술력과 독창력, 그리고 경쟁력 있는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2~3년 후 코스닥 등록이라는 큰 고개를 넘어 이들이 펼쳐 보일 성장력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이 얼마 전 끝난 전당대회 덕분에 모처럼 국민들로부터 영양가 있는 관심을 받았다. 정부, 여당의 잇따른 헛발질이 일조한 면도 있지만, 어쨌든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당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또 내년 선거에 이래저래 유리하게 영향을 미칠 것도 분명해 보인다.

국민의힘의 이런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알다시피 이준석이라는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열풍의 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미 전당대회 전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지역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표(당시는 후보)가 지역, 연령대, 성별을 망라해서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게 주목받았던 건 이 조사가 대구, 경북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이나 정치경력 등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크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텃밭이고 여전히 보수 정서와 유교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TK에서 보여 준 존재감은 과히 충격적이었다. 이를 두고 이대로는 내년 대선에서 희망이 없을 것이라는 보수 진영의 위기감과 기성정치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있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이유임에는 틀림없겠지만 그러나 거기에는 이준석이라는 개인이 가진 콘텐츠도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인 최고 학벌에다, 기성 정치판에서 여전히 강력한 응집력으로 작동하는 계파를 뛰어넘는 비계파성, 그리고 공정과 경쟁,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참신해 보이기까지 하는 소신, 여러 이슈에 대한 논리정연한 언변 등은 국민들에게 그의 실력과 신선함을 보여주며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동안 꼰대당으로 낙인찍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보수 정당과 진영은 희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콘텐츠란 말이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당연히 쓰이는 분야가 많은 만큼 그 정의도 다양하다. 그런데 분야를 망라해 공통으로 함축된 의미를 보면 어떤 공정을 더해 가치를 부여하거나 높이는 것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경제의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하고 가공해 재창조에 버금가는 가치를 만들어 내듯이, 정치에서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어떤 신박한 콘텐츠를 내놓고 우리 정치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지켜보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지금부터 이준석이 내놓을 여러 콘텐츠를 찬찬히 지켜볼 일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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