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인체 형상화, “나무의 결, 옹이, 뒤틀림, 갈라짐 등은 인간사와 닮아있어”

▲ 김현준, never ending, 97x62x37cm, 홍송, 2020
▲ 김현준, never ending, 97x62x37cm, 홍송, 2020
▲ 김현준 조각가.
▲ 김현준 조각가.
조각가 김현준(35)은 주로 나무를 다룬다. 나무를 깎다 보면 엇나가기도 하며, 변화와 변수가 많아서다.

그는 나무의 결, 옹이, 뒤틀림, 갈라짐 등이 인간사와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나무를 조각하다 보면 인간사와 비슷한 변수와 변화에 직면한다”면서 “작업 초반에는 그 변수, 변화를 이기려 했지만 이젠 대항하는 것보다 받아들이게 됐다. 오히려 순응하고 함께하며 그 변화에 맞춰 조금씩 수정, 보완해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 김현준, and thereafter,me...1, 55x62x132cm, wood, 2019
▲ 김현준, and thereafter,me...1, 55x62x132cm, wood, 2019
▲ 김현준, some how..., 62×77×172cm,wood,2019
▲ 김현준, some how..., 62×77×172cm,wood,2019
김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오는 질문을 가지고 조각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 마주하는 시간을 우선으로 하면서 또래의 지인들을 통해 보고 들은 세상사를 작품에 담으려 한다.

나무로 인간사를 나타내는 그의 작품은 전시장에 놓이는 순간 작품 본연의 주제 외 또 다른 주체를 가진다.

최근 전시에서는 ‘침묵’을 주제로 한 나무 인간을 형상화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목조로 두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긴 듯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침묵을 표현했다. 가까이 보면 목과 어깨 등 인체의 곳곳에는 나뭇가지가 솟아 있다.

이는 인간의 차갑고, 고독하며 정적인 면을 드러낸다. 험난한 인간사에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색하게 만든다.

그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질문의 연속이지만 늘 막연한 추측일 뿐 명확한 해답은 없다. 그 가운데서 질문이 왔을 때 침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김현준 조각가.
▲ 김현준 조각가.
김현준 작가는 나무를 고르기 위해 성주, 와촌 등 전국 곳곳의 목재소에 직접 다닌다.

나무 종류는 통나무, 은행나무, 잣나무 등 다양하다.

작가는 “아직 나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최대한 내가 다루게 되는 나무와 교감을 하려 시도하고 있다”며 “영감이나 대상은 작업 도중 불현듯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무언가 모를 허전함에서 비롯돼 조각 작업을 하게 됐다.

경북대 미술학과 조소를 전공하고, 2016년 동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교직 이수를 통해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를 지내게 됐다. 그러던 중 공허함이 찾아와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음 해 바로 미술 일반대학원에 들어갔다.

작가는 “아이를 좋아했고 우연히 울진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재밌게 보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모를 허전함이 계속 있었다”며 “늘 창작해오며 자신을 드러내 왔지만 그것을 못 하고 있음으로써 공허함이 느껴진 것으로 생각하게 됐고, 나 자신을 필요로 했다. 교직 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포기하고 돌아와 대학원을 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학원에 들어간 후 이 기간을 ‘나 자신이 정말 작가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알아가는 기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에게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선망하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2, 3년의 기간 동안 오로지 나를 상대로 작업했다”며 “대학원을 마치면서 어떻게 정리됐는지 알 수 없지만, 정리가 자연스레 됐고 지금까지도 계속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해 어울아트센터에서 ‘dynamic of silence’ 등 4회 개인전 및 SOAF ‘100인 떼 조각전’, 두드리다-2016 전, 동촌조각축제, 아트부산 2017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또 어울아트센터 기획전시 성장통 어울즈뷰 프로젝트(Eoul’s View Project) 청년 유망 작가로 뽑혀 지난 3월15일부터 4월10일까지 어울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펼쳤다.

현재는 달천예술창작공간에서 입주 작가로 지내며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15일에는 문화예술회관에서 한 달가량 청년 작가 초대전에 참여한다.

이 기간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원목 판재를 이용하고 그 가운데 유기적 형태의 그림을 넣어 LED로 꾸민 평면 형식의 신작을 다량 선보인다.

김현준 작가는 앞으로 나무 외 다른 소재를 가지고도 다양한 설치, 평면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작품과 관람객이 처음 만났을 때는 작가는 별개의 존재가 되는 것이 좋다”며 “관람객들이 충분히 작품을 느끼고, 그 느낀 부분을 작가와 대화하면 작품을 즐기는 데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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