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시장 “백신 도입 논란, 사기 당한 것 아니야”

▲ 대구시의회 이진련 의원이 16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화이자 백신 도입 관련 시정질문을 하며 화이자라고 적힌 백신(흰 고무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대구시의회 이진련 의원이 16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화이자 백신 도입 관련 시정질문을 하며 화이자라고 적힌 백신(흰 고무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 백신(흰 고무신)은 아니시겠죠?.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습니다.”(이진련 대구시의원)

“대구시가 사기당한 것이 아닙니다. 금전적 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권영진 대구시장)

16일 대구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8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백신 사기’ 의혹으로까지 비화된 대구 의료계의 화이자 백신 도입 추진 논란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진련 시의원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50분간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날 시정질문에 나선 이 의원은 ‘화이자’라고 적힌 흰 고무신을 가지고 나와 “시장님이 말씀하신 백신이 이렇게 희화화되고 있다. 이걸 제대로 아셔야 한다”며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첩경”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백신 도입 논란과 관련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권 시장이 도입 과정과 예산 집행 현황 등을 명확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유튜브 등에서 이번 논란을 두고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거나, 예산 집행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됐다.

권 시장은 이와 관련 우선 “화이자 백신 도입 추진과정에서 세밀히 살피고, 신중하게 접근하지 못해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을 초래하며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사기를 당했다는 것과 예산 사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시 예산 사용 여부를 두고 이 의원이 “시 예산을 십원도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 판공비나 경비를 쓴 것도 없느냐”고 재차 확인하자 권 시장은 “외국회사와 협의회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펜데믹(대유행) 때문에 외국에 나가지도 못했다. 보건복지부를 두 번 찾아간 것 밖에 없는데 여기에 예산이 낭비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권 시장은 “(정례) 정부합동 감사 때 관련 예산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고, 시의회 행정사무조사도 받겠다”고도 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백신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구매 의향서와 관련해서도 이 의원이 “왜 공개하지 못하나. 그것을 본 공무원도 없다고 하더라. 공무원도 패싱한 협약에 뭐가 있기에 밝히지 못하느냐”고 언성을 높이자 권 시장은 “법적 검토를 거쳐 서류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또 이 의원이 ‘사기 당한’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권 시장은 목소리를 높이며 “의혹을 부풀리지 말라. 이 시의원님은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만을 얘기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이번 백신 도입 논란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정부의 백신 도입을 돕고자 하는 선의에서 비롯됐다”며 “대구시가 사기를 당한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대구시는 대구의료계가 화이자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공동 개발사와 선이 닿는 무역회사와 자체적으로 협상을 해왔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 3천만 회분을 3주 안에 공급할 수 있다는 해당 무역회사의 제안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진위가 의심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화이자 측도 “불법으로 의심된다”며 필요시 법적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권 시장은 지난 8일 공식 사과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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