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 트럭에 행복을 싣고 ~

…존은 새벽에 자서 오후에 일어난다. 치킨집을 하는 어머니 탓이다. 치킨집은 오후 5시에서 새벽 3시까지 연다. 생활리듬이 남과 다르다 보니 외톨이가 됐다. 치킨 일을 돕고 싶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마냥 좁은 방에 갇혀 지냈다.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시나리오를 썼다. 서른다섯에야 ‘존’이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됐다. ‘존’은 닭을 튀기는 푸드 트럭을 타고 세상을 누비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박 감독이 영화의 흥행을 위하여 ‘제인’이란 여자캐릭터를 만들었다. ‘존’의 영화화 이후 ‘준수’라는 본명 대신 ‘존’이란 이름을 썼다./ 노트북을 열고 밀린 원고를 썼다. 존이 서사를 완성하면 젊은 작가가 그걸 손보았다. 어제 박 감독은 개인 다큐를 제작해주는 회사를 소개해주었다. 시나리오 작가를 찾는단다. 그 회사 홈에 접속했다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 다운로드됐다. 삭제하려는 순간 웬 여자가 다급하게 인사를 했다. 외로운 사람을 도와주는 도우미 프로그램으로 한 달간 무료였다. 자신이 필요할 것 같아 찾아왔다고 했다. ‘제인’이다./ 노트북을 켜고 제인을 클릭했다. 휴대폰과 앱을 연동시키고 심장 가까이에 제인을 꽂았다. 존은 제인과 다투기도 했지만 점차 제인에게 빠져들었다. 인생 상담도 하고, 필요한 정보도 얻었다. 다큐회사 대표가 존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무선이어폰으로 제인과 대화를 하면서 그를 만나러갔다. 제인은 옷차림부터 행동 하나까지 코칭해 주었다. 다큐회사 대표와 만나 호흡을 맞춰 일해보기로 합의했다. 장관, 대기업 총수 등이 다큐 제작 의뢰인이다. 모두 천편일률적인 패턴이다. 그러한 획일적 패턴에 대한 설계도를 제인이 만들었다. 제인은 그의 어머니를 찾아보라는 인간적인 컨설팅도 했다./ 존은 새벽 두 시에 어머니 가게로 갔다. 십오 분 거리였으나 혼자 다니기엔 무서웠다.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가게를 정리하는 어머니를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를 따라 가게를 나왔다. 어머니 등은 말라서 바스러질 듯했다. 편의점을 지날 때 어머니는 술 한잔하자고 했다. 어머니와 처음으로 술을 마신 덕분에 잠을 깊이 잤다./ 제인은 글쓰기 도우미 ‘스토리헬퍼’를 소개해줬다. 스토리헬퍼의 도움을 받아 의뢰받은 시나리오를 쉽게 완성했다. 무료체험기간이 끝나고 제인의 몸값을 겨우 지불했다. 제인을 곁에 두려면 부지런히 시나리오를 써야 했다. 존은 단순화된 노동에 점차 흥미를 잃어갔다. 제인이 새로운 일을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또 패턴을 찾아내고 프레스로 찍어낼 터다./ 어머니가 카드를 주며 바람이라도 쐬고 오란다. 존은 지금껏 어머니를 위해 한일이 없었다. 푸드 트럭으로 전국을 함께 여행하자고 제안했다.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은 이어폰을 버리고 제인을 삭제했다.…

치킨집을 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외롭게 성장한 존은 어머니를 잊고 살았다. 자식을 가게에 나오지 못하게 했던 어머니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험한 일을 하는 남루한 부모를 부끄러워했던 수많은 흙수저처럼 어머니를 멀리서 지켜보며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빙빙 돌았다. 우연히 찾아온 도우미 앱으로 소외된 삶과 외로운 마음을 달래며 새로운 삶을 영위한다. 그러한 단조롭고 프로그램화된 생활에 자존감이나 성취감은 없다. 어느 날, 어머니의 참모습을 발견하고 진정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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