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좋은 수술만 있을 수는 없다

발행일 2021-06-16 16:12:4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의학 기술과 문명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과 종양이 예전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면 누구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 하나쯤은 갖고 사는 것이 이젠 당연한 일이 된 셈이다.

점점 늘어나는 이러한 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보조적인 약물이나 건강 보조식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 이 같은 약물이나 식품들이 환자의 수명을 늘리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성형수술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이로 인해 웃지 못할 사연들도 많이 생기는데, 특히 수술 중에 생기는 예기치 못한 일은 식은땀이 흐르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중년 여성이 눈 수술을 위해서 병원을 방문했다. 작은 키에 약간 살집이 있는 통통한 체구였다.

앞으로 진행해야 할 수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여러가지 의견을 나눈 다음 수술 날짜까지 결정했다. 환자 본인은 그 주에 수술하기로 마음 먹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평소에 먹는 약이나 다른 건강보조식품을 물어보니, 혈압약, 고지혈증약, 혈전용해제를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주변에서 평소에 먹어두면 심장을 보호하는데 좋다고 해 아스피린도 하루에 한 알씩 꾸준하게 먹고 있다고 했다.

곧바로 처방한 병원에 연락해서 사용하는 약의 이름과 성분을 확인했다. 그리고 환자에서 “평소에 어디에 부딪치거나 하면 다른 사람보다 멍이 더 잘 들고 또 오래 가지 않나요” 라고 물어 봤다. 과연 약을 먹은 이후 몸 여기저기에 멍이 너무 잘 들어서 여름에도 짧은 옷을 잘 입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가까운 시일 안으로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피부를 절개하고 지혈하는 과정에 피치 못하게 멍이 들면 일반인에 비해 멍이 더 많이 들 뿐 아니라 회복 속도도 늦어 고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형수술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밀리미터 단위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라 양쪽 눈의 멍이 조금이라도 다르게 들 경우에는 짝짝이 눈이 되기 십상이다.

약물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 경우라도 수술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약물은 1주일, 또 어떤 약물은 2주 정도 복용을 중단하고 수술하게 되면 붓기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정상적인 회복기간을 거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담당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서 끊을 수 있는 약과 그 기간을 정해서 약을 조절한 다음 수술 일정을 세우면 된다.

상담 환자도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일정을 다시 세워 수술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서 그 여성은 보다 밝고 젊어진 얼굴로 다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약물 복용 등의 단계가 높아지면 수술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눈 밑 주름 수술을 위해 부인과 함께 내원했던 남성의 경우다.

환자는 심근경색증으로 혈관 우회수술을 받아 혈전 용해제를 평생 복용해야 할 상황이다. 담당 주치의와 상의한 결과 약물 복용을 최대 5일까지 중단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혈관 수술 후 이제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했지만, 눈 밑의 처진 피부와 지방 조직을 이번 기회에 말끔하게 해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주어진 5일간을 어떻게 배분해야 이 수술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약을 중단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최대한 출혈이나 멍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고 수술 부위에 출혈이 생겨 상처 내부에 고이지 않도록 배액관을 상처 부위에 넣어 고인 피를 빼내 줬다. 이런 수고 덕분인지 다행히 수술 부위는 큰 문제없이 잘 아물었고, 후유증 또한 전혀 생기지 않았다.

수명이 증가하면서 누구나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성인병으로 심장이나 뇌혈관에 스텐트시술을 하거나, 뇌졸중이나 다른 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접하는 일이 이제는 드물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개개인의 의지와 함께 다양한 조건에 맞춰 약물복용을 관리한 후 수술스케줄, 수술과정을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수술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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