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만, 최근 국내 수출 경기를 보자면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실제로 국내 수출은 지난 3월부터 5월 잠정치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고, 지금까지의 누적 기준으로도 마찬가지다. 특히, 소재부품 부문의 실적은 놀랄만하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실적치 기준으로 보면 소재부품은 국내 전체 수출의 약 절반 정도지만,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3배가 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당분간 이런 소재부품의 기세는 쉽사리 꺾이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의 복귀가 속속 이뤄진다면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해 볼 만도 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가전이나 자동차 같은 완제품에서 소재부품 중심으로 수출 구조의 다변화가 가속되면서 국내 산업 생태계의 기반 강화는 물론 주요 산업의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내수 부문에 대한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도 기대해 볼 수 있음은 당연하다.

다만, 이런 전망이나 기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을 들자면 특정 부문에 대한 쏠림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내 소재부품산업의 경우 생산과 부가가치 모두 종업원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에 집중돼 있다. 또, 산업별로 보면 생산은 전자부품과 1차 금속제품,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수송기계부품 등 4대 산업에 70% 이상이 쏠려있고, 부가가치는 이 중 1차 금속제품을 제외한 3대 산업에 60% 이상이 몰려 있다.

이런 쏠림현상은 수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전체 소재부품 수출의 약 40% 정도가 전자부품, 그중에서도 반도체 의존도가 특히 심하다.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상대국 또한 마찬가지로 중국과 미국 및 베트남 등 3대국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물론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대외 여건이 급변할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 산업 경쟁력과 경제 전반에 걸친 낙수효과 등의 약화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들을 야기할 수 있어서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당장 반도체와 배터리만 봐도 그렇다. 미국과 중국과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국내에 투자돼야 할 수십조 원 규모의 자본이 이미 미국에 투자될 예정이다. 더군다나 이는 국내에서 창출될 고용과 노동소득 등의 낙수효과마저 해외로 빠져나가 투자 유출이라는 표면적인 부작용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기능도 함께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R&D(연구개발)에서 제조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기반 역할을 하는 마더 팩토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단기적으로는 비교우위의 약화를 경험하게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항시적인 산업 공동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또, 일본과의 갈등에서 보듯이 국내 수급 또는 타국으로부터의 수입대체가 단기간에 곤란한 소재부품의 국내 공급 능력 확보 또한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다. 이는 당장에는 일본에 대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 현상을 완화하는 작용을 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공급 기반 확보를 통한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 개선 효과를 가져와 궁극적으로는 각종 대외 환경 변화가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해 줄 수 있다. 물론, 일본과의 교역에서 양국 간 호혜성을 약화시키는 축소균형을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소재부품산업 내 생산성 격차 완화, 규모의 경제화를 통한 비교우위 강화, 반도체와 차량용 배터리처럼 거대 시장을 가진 최종 수요 산업과 연계된 신성장동력의 발굴 등과 같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01년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소재부품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해 온 지 이제 막 2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향후 20년이 더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본과의 직접적인 갈등이나, 미중 간 분쟁에 따르는 파급영향 등으로 잠시 잠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지속 성장을 위한 갈림길에 선 소재부품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나간다는 생각으로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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