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디자인 힘)<21> 공공디자인 힘 …대구 클럽거리, 디자인 개선 효과 ‘톡톡’

발행일 2021-06-14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범지대 전락 로데오거리, 환경 개선사업 후 범죄율 하락 성과

거리에 정체성 부여, 브랜드화해 안전·안심거리로 조성

대구 중구 삼덕동 로데오거리에 소방차 통랭로 확보를 위한 안전 도색이 진행된 모습.


대구의 대표적인 유흥가 밀집지역으로 주취폭력, 성범죄 등 온갖 강력범죄의 온상이던 중구 삼덕동 로데오거리가 안전한 문화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 시설물 확충이나 단속이 아닌 오롯이 디자인의 힘으로 말이다.

대구 중구청은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 함께 지난해 11월 중구 동성로4길 일대(로데오거리)에 2억 원을 투입, ‘명물거리 안심환경’ 조성사업을 완료했다.

로데오거리는 길이 500m, 폭 6m에 불과한 좁은 도로에 클럽·주점 등 500여 개 유흥업소가 운집한 유흥밀집지역으로 인근 112 신고율이 대구지역 최상위에 손꼽힐 만큼 강력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이다.

일명 클럽골목이라고 불리는 삼덕동1가는 인근의 타 행정동(공평동, 동성로2가, 동성로3가 등)에 비해 강력범죄 발생률이 최대 20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다.

이곳이 우범지대로 전락한 데는 유흥업소가 많아 야간 유동인구가 몰린다는 점도 있지만, 거리 자체가 어둡고 막다른 골목이 많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막다른 골목들은 주취자들에게 수많은 싸움 및 성범죄 공간을 제공해 왔다.

이밖에도 좁은 골목 내 산적한 불법 주정차와 각종 홍보물은 보행에 불편을 줬으며, 거리에 방치된 각종 쓰레기는 도시 미관을 저해했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이번 사업에 범죄예방 환경디자인설계(CPTED)를 도입했다.

CPTED는 도시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기법으로 가로등의 조도 조절, 가시거리 확보, 밝은 도색 등 도시디자인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설계 공법이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로데오거리의 로고.
센터는 단순히 ‘클럽골목’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진 로데오거리에 거리의 정체성을 부여, 범죄 사각지대가 없는 안전·안심거리로 브랜드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했던 것은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것이었다.

센터는 거리의 메인 컬러를 ‘옐로우’와 보색인 ‘네이비’를 선택, 시각적으로 눈에 확 들어올 수 있도록 컬러 간의 대비를 줌과 동시에 안전성을 강조했다.

로데오거리 내 우범 구역이던 건물과 건물 사이 비사유지 공간.
비사유지 공간에 안전 펜스를 설치한 모습.
로데오거리 주요 진입 부분에는 깨끗한 거리 유지를 위한 경고성 및 홍보 메시지를 담은 LED 전광판을 설치했다.

대구 중구 삼덕동 로데오거리에 LED 전광판이 설치돼 있는 모습.
거리를 친근하게 소개함과 더불어 시민과 상인들에게 심리적 불안감을 줄일 수 있도록 거리 곳곳에 조명과 반사경을 설치했으며, 전신주에는 넘버링 및 표지판을 부착해 불법광고 부착을 사전에 방지했다. 폭행 다발 구역 및 우범구역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의 벽면에는 부착형 경고판을 설치했다.

특히 온갖 범죄의 온상이던 건물과 건물 사이의 비사유지 공간에 안전 펜스를 설치, 안전거리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거리 경관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 온갖 낙서로 뒤범벅됐던 거리 벽면들은 도색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했다.

낙서로 뒤덮였던 거리 벽면에 도색을 진행한 모습.
도로의 도색도 새로 했다. 골목의 바닥 부분에 도료를 칠해 골목을 보다 환하게 밝혔으며, 메시지가 담긴 로고젝터를 곳곳에 설치해 보행자들에게 주취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겨줬다. 메인거리와 사잇길로 이어진 골목 부근에는 소방차 통행로를 도색으로 표시해 화재 시 빠른 상황 대처 및 소방차 통행로 인근 불법 주정차를 예방했다.

센터의 이 같은 노력은 범죄율 하락 등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환경 개선사업 전(2019년 11월~2020년 5월) 597건에 이르던 5대 강력범죄가 개선 후(2020년 11월~2021년 5월) 517건으로 13.4% 감소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동기간 30.8%나 하락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중구청 하상배 안전총괄과장은 “이번 사업으로 로데오거리가 좀 더 밝고 안전한 거리로 거듭났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중구 내 다른 거리에도 안전거리 만들기 사업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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