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책임당원 9만여 명 몰렸지만 나경원에도 뒤져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주호영 후보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1차 전당대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주호영 후보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14.0%.’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구·경북(TK)에서 유일하게 출마한 주호영 의원이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다.

이준석 신임 대표의 합산 지지율이 42%임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28만여 명 가운데 30%가 넘는 9만여 명이 TK에 주소지를 두고 있고, 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83명 가운데 TK 의원이 23명인 점을 고려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전당대회 내내 불었던 ‘이준석 돌풍’으로 변화와 혁신 바람이 불었다 하더라도 원외의 나경원 전 의원(37.1%)에게까지 당원 및 국민여론 지지도에서 모두 패배한 것은 무기력한 TK 정치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해석이다.

사실 TK 정치적 부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6년 강재섭 대표 이후 15년 동안 당 대표를 거머쥔 TK 출신은 없다. TK 출신으로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8년 김병준 전 부총리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는 했지만 선출직 당 대표는 아니었다.

앞서 2019년 2월 치러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TK 정치권은 최고위원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당시 대표 경선에는 지역 출신 도전자가 없었고, 4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에 현역 의원 2명이 도전했다가 1명만 턱걸이로 당선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당권 주자 경쟁에 유일하게 주 의원만 출사표를 던졌을 뿐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TK 의원은 전무했다.

최고위원에 초선 의원들이 대거 나서며 초선 열풍을 일으켰지만 TK 정치력 약화 우려에도 초선 의원 13명 가운데 도전 의사를 밝힌 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최고위원에 당선된 조수진·배현진 의원은 모두 초선이다.

그나마 원외 인사인 TK 김재원 전 의원이 최고위원에 출마, 3위로 지도부에 입성해 겨우 체면치레는 했다.

이에 지역 정가에서는 전당대회 이후 국민의힘 TK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통합신공항 이전 등 각종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힘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TK 정치권이 무수한 지역 현안을 풀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대구지역 한 당원은 “이번 결과를 보면 TK 의원들이 똘똘 뭉쳐 주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것 같지 않다”며 “가뜩이나 모래알 행보를 보여 왔던 TK가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더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구심점이 없어졌으니 TK 의원들이 결집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현안 해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는 TK 정치권의 민낯과 정치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결과”라며 “TK 정치인들이 자성과 함께 정치력 복원을 위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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