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제1야당에 ‘36세, 0선’의 당 대표가 탄생했다. 한국 정치사의 일대 혁명이다.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11일 국민의힘 당 대표에 당선됐다.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변화와 혁신이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흐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국민들은 그의 당선 자체로 정치에 새로운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우려하던 중장년층도 박수를 보낸다. “전혀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기성 정치인들보다는 낫겠지”하는 반응이 훨씬 더 많다.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세대 교체 통한 변화와 혁신 기대

보수층 민심은 문재인 정권의 잇단 실정과 독선, 내로남불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진정한 개혁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제1야당 전대에서 세대교체라는 키워드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이준석호’의 지상 과제는 야권 통합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정권교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인사들의 영입이 발등의 불이다. 그런 다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가장 경쟁력 있는 당 후보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인물에 대한 평가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해법을 도모하는 마음이 모두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헌에 따라 오는 11월9일 이전에 선출된다. 8월 중에는 경선이 시작될 것이다. 어떤 절차를 통해 경선을 진행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 대표는 공정한 관리자로서 사심이나 선입견 없이 접근해야 한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타협과 양보없는 극한 대립이 표출돼선 안된다. 국민이 고개 돌리는 것은 한 순간이다.

이 대표는 경선 과정 내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현안에 대한 그의 구체적 접근법에는 찬반이 갈린다. 세대교체와 정치혁신이란 총론에는 찬성하지만 몇몇 각론에서는 다른 의견도 많다. 대부분 야권 통합과 관련된 사안이다. 변화와 혁신의 상징인 젊은 제1야당 대표를 반기면서도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걱정들이다. 민심은 ‘하고 싶은 대로 바꿔보라’고 힘을 실어주면서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이중적 주문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조기 영입은 초미의 관심사다.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후보가 입당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감한 시기에 ‘경선버스 정시 출발’과 같은 원론적 이야기를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 불필요한 압박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선 주자 여론 지지율 1위의 후보가 입당해 경선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 대표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다시 영입하겠다는 언급도 갈등을 잉태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 당 저 당, 이 사람 저 사람 기웃거리는 책사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치 혁신과 어울릴까’하는 의문을 비껴갈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철수 대표를 깎아내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와 안 대표의 악연 이야기도 부담을 준다. 두 사람 사이에는 김 전 비대위원장의 모습도 어른거린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에 이 대표가 ‘갑’의 입장만 고집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안 대표는 4·7재보선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일정한 국민적 지지를 갖고 있다.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경선 과정 불거진 우려 기우에 그쳐야

‘이준석호’가 만에 하나라도 전체 야권을 포용하지 못하거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내년 선거는 필패다. 이번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몇 가지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에 그쳐야 한다.

원내 경험이 전무한 30대 대표에 대한 당내 일각의 거부감도 이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는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 조금만 잘못하면 ‘불안하다’는 평가가 터져 나올 수 있다. 견제와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 반발에 위축되지 않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동력이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민심과 눈높이를 맞추는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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