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성지, 한티가는 길 등 역사적인 공간 다수||다부동 전투 현장 및 양봉체험

▲ 지난해 칠곡군 자소산에 조성된 호국평화전망대 전경.
▲ 지난해 칠곡군 자소산에 조성된 호국평화전망대 전경.
경북 칠곡은 호국영령과 천주교 순교자들의 영이 함께 깃든 신비한 곳이다. 우리나라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지켜낸 다부동 전투의 현장이며, 한국 천주교에서 가장 가슴 시린 순교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근현대 한국 역사의 산 증인, 칠곡에서 올여름 마음의 안식을 얻는 것은 어떨까.

▲ 칠곡 가실성당 전경.
▲ 칠곡 가실성당 전경.
◆120년의 역사의 가실성당

왜관읍 낙산리에 위치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가실성당은 1895년 설립된 유서 깊은 성당이다. 무려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세월에 비해 건물이 잘 보존돼 있어 신자뿐만 아니라 칠곡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낙산리에 위치해 오랫동안 ‘낙산성당’으로 불리다가 2005년 ‘가실’이라는 마을의 본래 이름을 되살려 가실성당이 됐다. 초대 본당 신부는 파리 외방 전교회의 파리아스 가밀로(C. Pailhasse, 한국명 하경조) 신부이다. 가밀로 신부는 한국에 입국, 칠곡군 지천면 신나무골 근처에 천주교회를 세울 장소를 물색하던 중 낙동강 수로를 이용해 대구, 안동, 부산 방면으로 쉽게 오갈 수 있는 왜관읍 낙산리를 선택했다.

천주교 조선교구로서는 11번째이자 대구교구에서는 대구 계산성당 다음이다. 특히 주보성인 안나의 상은 1924년 이전 프랑스에서 석고로 제작됐는데, 우리나라 유일한 안나상으로 유명하다. 성당과 사제관은 2003년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48호로 지정됐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낙산마을에서 전투가 심해 인근 마을이 모두 파괴됐지만, 가실성당만큼은 양측의 병원으로 사용되면서 살아남았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전경.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전경.
◆붉은 벽돌과 함께 쌓여가는 마음의 양식, 왜관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독일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연합회에 속한 천주교 남자 수도자의 자치수도원이다. 왜관읍에 있어 ‘왜관수도원’, 베네딕도의 우리말인 ‘분도수도원’이라고도 불린다. 1952년 설립됐다. 독일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수도원으로부터 파견된 수도자들이 북한 덕원과 중국 연길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하던 중 이념 차이로 당국의 탄압을 받자 6·25전쟁과 함께 피란을 오던 중 설립됐다고 한다.

현재 140여 명의 수도사가 있는 수도원에서는 왜관을 중심으로 중·고등학교 등 교육사업, 출판업, 인쇄업, 유리 화공예실, 목공소, 농장경영, 금속 공예실, 양로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성 베네딕도회의 특징이라 하겠다.

붉은 벽돌의 고풍스러운 건물은 절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것이다.

▲ 신나무골 성지에 있는 한옥성당.
▲ 신나무골 성지에 있는 한옥성당.
◆200년 전 천주교인들의 흔적. 신나무골 성지

지천면 연화리에 있는 신나무골 성지는 조선 시대 후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모였던 신자촌이다. 현재 사제관, 명상의 집, 신마무골 학당 등이 복원됐다. 로베르 신부 흉상, 순교자 이선이(엘리사벳)의 묘도 있다.

사제관은 로베르 신부가 대구교구 첫 본당 신부로 발령받고 거처하던 곳이다. 현재 신나무골 성지와 관련된 자료들의 전시실로 사용된다. 로베르 신분 흉상은 1877년 한국에 입국해 전도 활동을 하며 신학생을 모아 가르치던 로베르(한국명 김보록) 신부를 기리기 위한 흉상이다.

명상의 집은 신나무골에서 피정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장소로서 20~25명가량 인원이 숙박할 수 있다. 순교자 이선이의 묘는 1860년 경신박해 때 신나무골에서 한티로 피신을 갔다 포졸들에게 체포돼 아들 배도령(스테파노)와 함께 순교한 이선이의 묘이다. 1984년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행사 때 한티에서 이곳으로 이장했다. 연중 천주교 신자들이 순례 행사로 신나무골 성지 및 한옥성당을 방문해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있다.

▲ 보기 드물게 근대적인 형태를 띤 왜관성당.
▲ 보기 드물게 근대적인 형태를 띤 왜관성당.
◆영화 신부수업의 촬영지, 왜관성당

왜관성당은 독일인 신부 앨빈 슈미트가 설계한 성당으로 1966년 건립됐다. 당시 대부분 성당이 전통적인 양식주의 형태로 건립된 것과 달리 왜관성당은 보기 드물게 근대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2층 건물이다.

내부는 타원형의 평면 공간에 제단부와 현관부를 덧붙인 형태로 장방형의 전통적 교회 건축의 틀을 깨고 세로축보다 가로축을 넓게 건축했다. 완만한 부채꼴 형태의 좌석은 성당 어느 자리에서나 제대를 훤히 볼 수 있게 했다.

건물의 외관 형태와 더불어 전례의 기능에 따른 공간 배열을 우선시하며 내·외부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한 점 등 근대주의 교회 건축물로서 건축사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당시 앨빈 슈미트 신부가 직접 그린 벽화와 설계도면이 남아 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한국의 산티아고 길, 한티가는 길

칠곡의 대표적 천주교 성지인 가실성당, 신나무골 성지, 한티성지를 관광자원화한 ‘한티가는 길’은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순례길이다.

조선 시대 말 박해를 피해 천주교인들이 숨어 있던 한티는 박해를 피하기에는 좋은 곳이었으나 생활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름에는 습기가 가득하고 겨울에는 한파가 찾아오는 환경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병사들의 눈을 피해야만 하는 천주교 신자들의 특성상 화전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 주위에 있는 흙과 나무를 이용해 숯을 굽고 옹기를 구운 다음 산 아래로 내려가 생필품으로 바꿔 다시 산으로 올라오는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들이 숯과 옹기를 짊어지고 다니던 길을 2016년 칠곡군에서 정비해 한티가는 길로 조성했다.

천주교 박해의 현장이자 순교의 길을 구간마다 테마가 있는 길로 꾸며졌다. 총 길이는 45.6㎞에 달하며 △돌아보는 10.6㎞ △비우는 길 9.5㎞ △뉘우치는 길 9.0㎞ △용서의 길 8.5㎞ △사랑의 길 8.1㎞로 구성됐다.

급경사지가 없는 도보여행길로 종교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칠곡군의 역사·문화체험 및 레크레이션의 장으로 많이 이용한다.

▲ 한티순교성지. 200여 년 전 천주교 신자들이 무더기로 처형된 비극의 현장이다.
▲ 한티순교성지. 200여 년 전 천주교 신자들이 무더기로 처형된 비극의 현장이다.
◆박해의 대륙에 뿌려진 순교자들의 피와 땀, 한티순교성지

동명면 득명리에 있는 한티순교성지는 조선 시대 말 천주교 박해를 피해 한티마을에 모여 살고 있던 수십 명의 신자가 무더기로 처형된 비극의 현장이다.

1837년 서울에서 낙향한 김현상 요아킴 가정이 기해박해를 피해 한티마을로 이주해 오면서부터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교우촌이 형성됐다. 이들은 움막집에 살면서 옹기와 숯을 굽고 화전을 일궈 생계를 이어나갔다.

이후 일어난 수차례의 박해도 넘긴 한티마을이었지만, 1866년부터 3년간 혹독하게 이뤄진 병인박해로 결국 수십 명의 신자가 한자리에서 비극을 맞았다. 당시 순교자로는 서익순과 서태순 베드로, 조 가롤로, 이선이 엘리샤벳과 그의 장남 배도령(스테파노) 등이다. 이들과 무명의 순교자 등 총 37장의 무덤이 성지 안에 흩어져 있다.

한티는 1980년대 초 대구대교구가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성지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천주교 성지로 조성됐다.

현재 한티성지에는 피정의 집과 영성관, 순례의 집이 있다. 피정의 집은 1991년 신자들의 영성 생활을 위한 건물로 지어졌다. 영성관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입생들의 공동생활공간이며, 순례의 집은 순례객들이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건물이다.

▲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전경.
▲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전경.
◆낙동강 방어선의 흔적,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칠곡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최후의 보후로 연합군 총반격의 계기가 된 낙동강 방어선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에서 우리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던 호국영령들께 감사하고 호국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이들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호국평화체험의 공간을 마련했다. 바로 호국평화기념관이다.

석적읍 석적로에 지하 2층, 지상 4층, 23만2천20㎡(약 7만 평) 규모로 조성된 기념관은 △호국전시관 △낙동강전투체험관 △어린이평화체험관 △4D입체영상관 등 다양한 테마와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 사계절 썰매장.
▲ 사계절 썰매장.
기념관 인근에는 100m 길이의 슬로프에 10개 레인으로 사시사철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썰매를 즐길 수 있는 사계절 썰매장과 VR 체험장, 어린이 놀이터와 뜀 동산, 전동카트 체험장 등이 있다.

▲ 꿀벌나라테마공원 전경.
▲ 꿀벌나라테마공원 전경.
◆양봉의 메카, 꿀벌나라테마공원

칠곡은 전국 최대 아카시아 벌꿀 생산지로 양봉의 메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아카시아나무 밀원지(신동재, 330만㎡)를 갖고 있으며, 벌통에서 자연 숙성된 천연 벌꿀만을 채밀해 소분 포장함으로 품질 좋은 꿀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2008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양봉산업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꿀벌나라 테마공원은 이러한 인프라들을 하나로 집약해 칠곡 양봉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견인하고 관광자원화한 공간이다. 아울러 인근 호국평화기념관과 칠곡보, 낙동강역사 너울 길 등과 연계한 칠곡관광벨트의 한 축도 담당한다.

테마공원에는 다양한 체험관들이 배치돼 오감만족 창의놀이와 생태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 꿀벌공생관은 꿀벌이 인간에게 주는 산업적 가치와 꿀벌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는 공간이다. 꿀벌축제관에선 전문 연극배우들과 함께 관람객들이 직접 꿀벌의 일생을 연기해볼 수 있다.

이밖에도 지역의 양봉업 종사자들이 수확한 꿀을 직접 채밀하고 맛볼 수 있는 꿀뜨기 체험장, 양봉의 역사 등을 홍보하는 꿀벌홍보관, 꿀벌캐릭터들을 배치해 포토존으로 활용하는 꿀벌캐릭터 모형동산 등이 있다. 테마공원은 연중 상시 개방된다.

▲ 칠곡 가산수피아 꽃잔디.
▲ 칠곡 가산수피아 꽃잔디.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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