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전국 17개 시, 도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자치경찰제에서 그 핵심적 역할을 맡는 기구는 각 광역자치단체에 하나씩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와 과거 지방경찰청(지방이란 말은 올해 1월1일부터 삭제) 내에 신설된 ‘자치경찰부’이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장, 도지사 등의 단체장과 그 지역의 교육감, 광역의회, 국가경찰위원회 등이 추천한 임기 3년의 위원 7명으로 구성돼, 해당 지역의 자치경찰부와 관련된 인사, 예산, 감사 등의 주요 정책에 대해 심의,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자치단체장이 그 지역의 경찰청장을 지휘, 감독하는 데 있어서는 중간 통로의 역할도 하게 된다.

자치경찰부는 생활안전, 교통, 학교폭력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장의 치안 업무를 맡는다. 처음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 과정에서는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 기구화하는 방안도 구상됐지만 인력, 예산 등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기존 경찰 조직에 소속된 하나의 부로 출범하게 됐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된 것은 무엇보다 지방자치, 즉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게 가장 주요한 목적이다. 이전처럼 행정은 자치행정, 경찰은 국가경찰 식의 이원화 체제 대신 행정과 경찰을 자치라는 하나의 범주에 넣어 일원화 한 것이다. 지방행정과 치안행정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주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불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치안 정책을 개발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치안 사각지대를 더 촘촘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출범하는 자치경찰제는 현재 미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치경찰제와 비교할 때 완전한 자치경찰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서 도입 취지는 살렸지만 현실적 국내 여건을 고려해 기존 경찰 조직 시스템을 최대한 유지하는 형태의 절충적 자치경찰제라는 평가가 많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생기는 변화가 시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다 보니 일각에서는 시행 과정에서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치경찰부라는 명칭을 새로 붙이긴 했지만 그 구성원들의 면면이나 신분이 이전과 달라진 게 없어 이들이 실질적으로 독립적으로 치안행정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자치경찰위원회의 중립성 문제도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선출직 단체장과 의회의 추천으로 선정된 위원들이 과연 정치권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지, 그리고 자칫 정치적 이해에 말려들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의 예산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제 시행이 자치단체의 재정부담 요인이 될 수 있을 거란 우려도 있다. 현재 경찰위원회를 운영하는 광역자치단체는 위원회 인건비 외에 일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가 있자 2020년 3월 ‘자치경찰 교부세’ 도입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거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6월 한 달 동안 전국 각 지역에서 자치경찰위원회를 시범 운영한다. 정부는 이 기간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7월 전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고, 또 현재 국가경찰에서 맡은 자치경찰 사무를 2022년까지는 해당 지자체에 완전히 이관한다는 계획이다.

◆ 자치경찰위원회 출범과 예상되는 변화

대구와 경북에서는 5월20일 자치경찰위원회가 각각 출범식을 갖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장, 도지사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경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돼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자치경찰위원회 출범 후 처음으로 6월1일 대구시장이 자치경찰부 소속 경위 승진자 2명에게 직접 임용장을 수여 했다. 이는 시장, 도지사가 자치경찰 사무 담당 경찰공무원 가운데 경감, 경위 등 일부 계급 승진자에 대해 임용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자치경찰제의 도입에 따라 가능해진 일이다.

또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각 지방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경찰행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관광산업이 특화된 지역에서는 관광경찰,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는 이를 반영한 치안행정을 조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

체감할 수 있을 또 다른 긍정적 변화로는 CCTV, 신호기,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신호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경우 예산 확보에서 의사 결정까지 이뤄지는 단계가 줄어들어 지금보다 신속한 집행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치안 관련 민원의 해결 속도가 빨라지고 아동,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 지원 과정에서 행정과 치안의 통합 지원시스템 구축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달라지는 경찰 조직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경찰 조직에 있다. 자치경찰제는 2018년 4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발표한 ‘자치경찰제 로드맵’을 근간으로 한다. 자치분권위는 그해 가칭 ‘자치경찰법’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추진했다. 이후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은 2019년 2월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내용의 ‘자치경찰 도입안’을 확정했고, 국회는 2020년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경찰 사무는 크게 국가, 수사, 자치 등 3개 업무로 분산되고 국가와 수사 업무는 경찰청, 자치 업무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하게 됐다.

자치경찰 도입안에 따르면 자치경찰 인력은 자치단체에서 신규 인력 증원 없이 기존 국가경찰 가운데 4만3천 명(전체 경찰관의 36%) 정도를 단계적으로 이관받아 구성하도록 했다. 또 자치경찰은 성폭력 등 여성·청소년 범죄 수사와 교통사고 조사 및 단속 등을 주로 하고 국가경찰은 2개 이상 시, 도에 걸쳐 벌어진 광역권 범죄와 경제범죄, 정보, 보안, 외사 업무 등을 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이런 제도 변화를 큰 틀로 해 각 지역의 경찰청도 현장 상황에 맞게 조직이 개편됐다. 대구경찰청의 경우 경찰청장 아래 2부 체제에서 경무관급 부장 3명이 각각 공공안전부, 수사부, 자치경찰부를 지휘하는 3부 체제로 개편됐다. 공공안전부와 수사부는 원래대로 국가경찰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며, 자치경찰부는 시민들의 생활과 밀착하는 치안 행정을 맡는다.

특히 주목할 변화는 광역단체장이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그 지역의 경찰청장을 지휘, 감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검, 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권한이 강화된 경찰 조직에 대한 견제 장치가 강화된 셈이다. 그러나 자치경찰위원회의 제한된 역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불분명한 업무 영역, 지방 재정부담 증가 등의 문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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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자치경찰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광역권 자치단체별로 5월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장, 도지사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자치경찰제에서 신설된 자치경찰부와 관련된 인사, 예산 등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된다. ①은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현판 제막식, ②는 경상북도 자치경찰위원회 전체 기념촬영. 경북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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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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