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는 중앙집권적 경찰 조직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분산해 시민을 위한 주민밀착형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돼 현재 세계 각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독점적 경찰 조직에 경쟁과 성과를 도입하는 등 긍정 효과도 있지만, 각국의 사정에 따라 부작용 역시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완전한 자치경찰제를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 가령 경찰관의 신분 전환, 국가경찰·자치경찰의 역할 조정, 자치경찰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 등-를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보완해 나갈지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고민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보다 앞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운영 중인 해외 사례들을 알아본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국가경찰제 국가이다. 전국적으로는 국가경찰과 군경찰이 있으며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만 소수의 인력을 자치경찰로 선발해 지역의 수요에 맞춘 치안 활동을 맡게 하고 있다. 우리의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꼬뮌’이 3만6천여 개가 있는 프랑스는 이 중 11% 정도의 꼬뮌장이 관광 등 지역 특성상 추가 치안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치경찰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가운데서 90% 정도는 5명 내외의 ‘미니 자치경찰’을 운영하고 있다. 대체로 예방순찰, 주차단속, 교통단속, 시장질서단속 등의 제한된 임무를 수행한다. 2006년에 출범한 제주자치경찰의 모델이기도 하다.

미국은 분권형 경찰제도를 운용하는 대표적 국가로, 기초 단위 분권형 자치경찰제라고 할 수 있다. 기초 단위 경찰을 치안의 근간으로 하고 주와 연방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이다. 대학에는 대학경찰, 공원에는 공원경찰, 도시에는 도시경찰, 고속도로에는 주경찰, 우체국에는 연방경찰 식으로 연방경찰, 주경찰, 도시경찰, 읍면경찰 등이 전국적으로 모두 1만8천여 개에 달한다.

평소에는 서로 상명하복 관계가 아니라 각각 독립된 기관으로 활동하며, 필요할 경우 수사, 생활안전, 교통 등의 분야에서 서로 연계, 협력하는 통합적 치안행정을 수행한다. 효율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민주적 지방자치를 핵심 가치로 삼는 만큼 선출직에 의한 경찰권의 통제를 중요시한다.

일본의 경우 전체 경찰 인력의 2.7% 정도를 차지하는 국가경찰은 국가적 사무와 전국적 이해가 걸린 업무에 집중하고, 일반적인 경찰 사무는 우리의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도도부현 자치경찰이 담당한다. 경찰 조직이 정치권력과 유착하거나 그 영향력을 남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에는 국가공안위원회, 지방에는 도도부현 공안위원회를 두고 있다.

특히 도도부현 자치경찰은 국가 경찰청으로부터 분권화된 독립된 조직이면서도 국가적 이해와 관계된 국가경찰 사무를 위임받아 집행하고, 또 정치적 영향으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자치경찰보다는 ‘경찰자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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