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표정 없어..동작이나 자세 통해 심리상태 엿봐||수백 개의 나무 조각 맞춰 완성된

▲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오는 20일까지 멀티아트홀에서 이시영 작가 초대전을 연다. 이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몸’ 연작 4점을 발표한다.
▲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오는 20일까지 멀티아트홀에서 이시영 작가 초대전을 연다. 이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몸’ 연작 4점을 발표한다.
이시영 작가는 10년째 작품 ‘몸’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만드는 몸은 ‘인간’의 몸이다.

다만 그 몸에서는 어떤 감정도 성별, 표정도 없다. 인간의 형태를 띄고 있어 인간이라고 알 수 있다. 단순 동작이나 자세를 통해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을 뿐이다.

특정 인물이나 특별한 대상을 지정하지 않는 그의 작품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면서 우리 모두를 지칭한다.

이시영 작가는 “내가 가진 모든 것에 한 꺼풀을 더 씌워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작품은 익명성을 띠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 이시영 작 몸 시리즈.
▲ 이시영 작 몸 시리즈.
▲ 이시영 작 몸 시리즈.
▲ 이시영 작 몸 시리즈.
▲ 이시영 작 몸 시리즈 중 가부좌를 튼 인간 형체의 작품
▲ 이시영 작 몸 시리즈 중 가부좌를 튼 인간 형체의 작품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오는 20일까지 멀티아트홀에서 이시영 작가의 초대전을 연다.

이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몸’ 연작 4점을 발표한다.

몸의 자세는 다양하다. 약 1m 높이의 검은색 좌상은 가부좌를 틀었고, 다른 몸은 휴식을 취하거나 도약을 할 것처럼 자세를 낮추었다.

거리를 두고 작품을 보면 ‘몸’은 하나의 큰 덩어리일 뿐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덩어리를 이루는 부분은 섬세하고도 정교한 얇은 나무판이 켜켜이 얽혀있다.

작가는 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 개의 나무 조각을 절단한다. 단단한 자작나무 목재를 작은 조각으로 재단해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으로 조립하는 것이다.

400~500개의 나무 조각을 맞춰 완성된 작품은 어색하지 않고 유연하다.

정확한 수치에 기댄 나무 조각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촘촘하게 조립해서다.

그의 작품은 깔끔하고도 늠름한 인간의 형태를 자아낸다.

군더더기 없는 건조한 제작 방식을 통해 그는 장식이나 과장, 왜곡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작가는 같은 퍼즐 조각을 분리하고 다시 조립함으로써 인간의 익명성과 더불어 인간에게 공유된 정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이시영의 ‘몸’은 근원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인체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에 접근한다. 나아가 인간의 익명성, 정서, 존재 등에 대해 근원적으로 질문한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 삶에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또 과감히 포기하고 단절해야 하는 비본질적인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가장 커다란 질문은 ‘인간이란 도대체 어떠한 존재인가’”라고 적었다.

이시영 작가는 이번 초대전의 준비과정 대부분을 코로나19와 함께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이번 위기를 통해 그동안 망각하고 살았던 근원적인 진리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됐다”며 “인간 형상에 담은 ‘실존의 문제’는 지금의 위기에는 어떤 피상적인 철학적 전제나 감상 또는 낭만적 표현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작을 통해서 ‘코로나19 사태’를 새로운 삶의 방향 전환점으로 인식하길 바란다.

수성아트피아 서영옥 전시기획팀장은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는 ‘몸’을 통해 조각의 동시대성을 가늠하고 현대 조각이 드러낼 수 있는 미적 이념을 고민한다”며 “토탈 아트의 시대에 작가의 이러한 고민은 주목할 만하다. 이시영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고 말했다.

문의: 053-668-1566.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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