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만성콩팥병, 이름은 생소하지만 드물지 않아

발행일 2021-06-08 0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한승엽 교수


국내에서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만성콩팥병(CKD, chronic kidney disease) 환자도 크게 늘고 있지만 그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7년을 기준으로 20만3천978명으로 해마다 9%가량 증가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증상이 없는 만성콩팥병을 포함하면 성인 9명당 1명이 만성콩팥병으로 추정된다고 할 정도로 흔하지만 진단되지 않은 환자도 많은 질환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피로감을 잘 느끼고 전신 가려움증, 손발이 붓고 혈압이 상승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모호하기 때문에 적절한 검사를 받지 않으면 콩팥 기능이 대부분 없어지는 말기콩팥병 직전까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간 CKD(만성콩팥병) 환자 수 및 급여총비용 증가율.


◆만성콩팥병, 몸 전체 이상 초래

만성콩팥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리 몸에서 콩팥이 하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콩팥은 몸의 정수기 역할을 한다.

콩팥은 미세한 혈관으로 이뤄졌는데 하루에 약 180ℓ의 혈액을 걸러주며, 체내 대사과정의 노폐물은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

또 혈액 성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우리 몸의 체액과 전해질, 산성도 등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콩팥의 역할이다.

이와 함께 콩팥은 호르몬을 만들고 활성화시켜 적혈구와 비타민D 생성에도 관여한다.

다양한 일을 하는 콩팥이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노폐물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에 축적돼 두통부터 현기증, 혼수상태까지 유발하는 요독증이 생기는 것이다.

부종은 몸 속 체액조절이 여의치 않아 몸이 붓는 상태를 말한다.

빈혈은 혈액을 만드는 조혈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나타난다.

골다공증은 비타민D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뼈가 약해지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특히 콩팥은 혈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콩팥에 문제가 생기면 고혈압이 없던 사람도 고혈압이 생기기도 한다.

◆만성콩팥병, 사구체여과율로 판단

콩팥 기능이 감소해 회복이 되지 않는 상태, 혹은 투석이 필요한 상태를 만성신부전으로 불렀다.

요즘은 콩팥 기능 이상이 생기기 전이라도 3개월 이상 콩팥 이상의 소견이 지속되고 점차 콩팥 기능이 감소하는 상태를 만성콩팥병으로 정의하고 있다.

콩팥의 기능은 ‘사구체여과율’이란 수치로 측정한다.

사구체는 콩팥에 붙어 있는 혈관 꽈리다.

사구체여과율은 혈관 꽈리가 얼마나 노폐물을 걸러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정상인의 사구체여과율 수치는 1분 당 90~120㎖ 정도다.

90에서 60까지는 콩팥 기능이 약간 저하된 상태며, 60 미만이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한다.

여기서 다시 얼마나 증상이 심한가에 따라 중등도 기능 감소 상태, 심한 기능 감소 상태, 말기신부전으로 나뉜다.

건강한 사람도 사구체여과율은 40세 이후부터 1년에 수치 1씩 떨어진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있으면 수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고혈압이 있으면 혈관 내 압력이 높아져 혈관벽이 딱딱해지거나 늘어나며, 당뇨병이 있으면 혈액 속에 당이 많아져 혈관 세포가 손상된다.

콩팥은 미세한 혈관 덩어리기 때문에 혈관이 나빠지는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콩팥도 덩달아 나빠진다.

고혈압 환자 5명 중 1명, 당뇨병 환자 3~4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이 생긴다.

만성콩팥병을 철저히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장대체요법을 해야 한다.

◆만성콩팥병의 증상

콩팥은 척추 양측에 한 쌍으로 존재하는 장기이다.

대사 노폐물을 배설하고, 수분 및 전해질을 조절해 신체가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한다.

이외에도 콩팥은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레닌이라는 물질이 혈압 조절에 관여하고, 콩팥에서 생성되는 조혈 호르몬은 골수에서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시켜 빈혈을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

또 비타민D를 활성화시켜 뼈 생성 및 흡수, 신체 내 칼슘과 인산 조절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이 생기면 노폐물의 축적으로 피로감, 구역감, 구토, 소양증이 생기고, 몸이 붓고 혈압이 상승한다.

혈액이 산성화 돼 뼈가 약해지고 영양불량 상태가 생길 수 있다.

몸속에 인산이 축적되고 칼슘 농도가 떨어지며,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면 뼈 속의 칼슘이 빠져 나와 뼈가 약해지고 혈관은 석회화 돼 동맥경화가 촉진된다.

이에 따라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이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중요한 사망 원인이 된다.

만성콩팥병의 5단계.


◆조용히 다가와 생명을 위협

만성콩팥병 환자는 고혈압, 심장기능부전, 빈혈, 골질환 등의 합병증을 대부분 갖고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사망률은 대단히 높아 투석 중인 20~30대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인의 100배에 달한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사망 원인은 절반 이상에서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근경색, 심부전과 심장 급사 등 심장·뇌 혈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콩팥병의 치료뿐 아니라 심장·뇌 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당뇨와 고혈압은 위험 인자

우리나라에서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의 절반가량은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콩팥병 환자이다.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20%, 사구체신염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5배 높다.

나이가 많을수록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 65세 이상은 발생 위험이 3.2배 증가한다.

또 최근에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비만, 인슐린 저항성, 동맥경화를 포함하는 대사증후군을 가진 환자도 만성콩팥병의 발생 위험이 1.8배 커진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는 무려 7.9배나 높아진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는 고령자들은 만성콩팥병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혈뇨와 단백뇨는 만성콩팥병 주의신호

만성콩팥병은 환자들이 부종, 구역, 구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상당수가 이미 만성콩팥병 4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일 수 있다.

또 건강 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를 받다가 소변이나 혈액 검사 이상으로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소변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만성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중요하다.

소변에 단백뇨나 혈뇨가 지속된다면 만성콩팥병의 가능성이 아주 커진다.

만성콩팥병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검사는 혈액검사이다.

이는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혈액 내 크레아티닌(신기능검사)과 사구체여과율을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만성콩팥병의 가족력이 있는 환자는 주기적으로 소변검사와 신기능검사를 해야 한다.

신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최근에 혈당 조절이 이상할 만큼 잘 되거나 자주 저혈당으로 되는 경우, 또 몸이 붓거나 피로감이 갑자기 심해지고 어지러움·구역·구토가 있다면 신기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고혈압을 가진 환자가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갑자기 혈압이 많이 올라가거나, 몸이 붓거나 숨이 찬 경우에도 만성콩팥병의 합병을 의심해야 한다.

만성콩팥병 진행에 따른 심혈관계 질환 유병률 변화.


◆식생활 습관이 좌우

만성콩팥병 장기 추적조사 연구에 따르면 비만과 당뇨 등 대사 이상이 있는 경우 혈액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만기신부전 진행 위험도가 1.53배 증가했다.

매일 1갑씩 15년간 흡연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비흡연 환자에 비해 콩팥기능 악화 위험도가 1.48배, 30년 이상 흡연한 환자는 1.94배 높았다.

또 1일 소금섭취량이 11g 이상인 환자는 6~8g 섭취 환자와 비교 시 콩팥기능 악화 위험도가 1.6배 상승했다.

때문에 만성콩팥병 관리를 위해서는 저염식을 하고 칼륨이 많은 과일·채소와 단백질의 지나친 섭취는 피해야 한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에 1~2잔 이하로 줄여야 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주 3일 이상 30분에서 1시간 적절한 운동을 하고 콩팥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분을 섭취한다.

고혈압과 당뇨를 꾸준히 치료하고 정기적으로 소변 단백뇨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만성콩팥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이다.

1. 음식은 싱겁게 먹고 가급적 단백 섭취는 줄인다.

2. 주 3일 이상 30분~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3. 담배는 반드시 끊고 음주는 줄인다.

4. 비만 환자는 체중을 조절한다.

5. 고혈압과 당뇨는 꾸준히 조절한다.

6. 콩팥 기능에 따라 적절한 수분을 섭취한다.

7.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 크레아티닌 검사를 받는다.

8. 모든 약은 의사와 상의해 콩팥 기능에 맞게 복용한다.

9. 콩팥기능이 30% 이하인 경우 칼륨이 많은 과일과 야채 섭취를 주의한다.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한승엽 교수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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