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주역은 예비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30대 ‘0선’ 후보로 불리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다. 세대교체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는 변화와 쇄신 바람,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한 결과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6월11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과연 이 돌풍이 태풍급으로 커질지, 아니면 그냥 한순간 바람에 그치고 말지 그 결과에 쏠리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지난 4월부터 당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자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책임당원의 절반 이상이 영남권(TK 30%, PK 25%)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후보자들의 지역 추켜세우기에 일단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론 뒷맛이 개운치 않은 듯하다.

얼마 전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022년도 국비 예산 확보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매년 이맘때면 있는 일로, 지역의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절대적 선결 조건이 국비 확보이기에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 시기에 맞춰 정부 부처를 찾거나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협조를 구한 것이다.

그런데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만나 예산정책협의회를 갖는 시장이나, 기획재정부 예산실 실무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예산 확보를 위한 발품을 파는 도지사의 행보를 보면서, 일각에선 이런 일이 언제까지 연례행사가 돼야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지방에서 분권과 재정 독립을 요구한 게 언제부터였으며, 또 얼마나 여러 차례였는데 아직도 예산철만 되면 지방정부 집행부가 총출동해 읍소하며 구걸하듯 해야 하느냔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외 없이 그냥 말뿐이었다.

지금과 같은 지방정부의 재정 구조라면 다 알다시피 중앙정치권과 중앙정부의 눈치 보기는 사실 상례화 될 수밖에 없다. 매년 하는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도 이렇게 힘든데, 하물며 새로운 사업이라도 하나 더 추진하려고 하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짐작이 갈 정도이다.

이번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이건희미술관 유치 등을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도대로라면 국회의원들은 ‘논의해 보겠다’는 식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많았던 것 같다.

통합신공항사업의 경우 현재 최종이전지만 정해진 채 사업 추진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특별법 제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후속 절차 진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통합신공항 이전협의체’가 최근 출범했고, 또 논란이 여전한 통합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의 상생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영남권 그랜드메가시티 구축 용역결과 보고’가 8월 말께 나올 예정인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와 이건희미술관 유치 건은 통합신공항사업과 달리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사업들이다. 그런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향후 사업의 성패에 중요한 일이다. 결국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방정부와 보조를 맞춰 중앙정부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내 일처럼 나서줘야 가능한 일들이다.

지방이 지금과 같은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들이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그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력과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일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는 대구·경북으로서도 중요한 선거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선 한 후보는 얼마 전 대구에서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역 현안을 그 지역 출신이라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그동안 대통령도 여러 명 배출했고 국회의원도 거의 통째로 몰아줬던 대구·경북은 이미 수도권 이상으로 잘 사는 지역이 돼야 했던 게 아닌가.

이제 일주일 뒤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고 당대표 본경선 결과도 나온다. 당원 7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본경선에서는 예비경선보다 더 영남권 당심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영남권의 당심이 지역정치력의 확장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이번에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그것도 궁금하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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