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공동 생존 고수해야”, 나경원 “트럼프식 혐오 정치”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 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나경원(오른쪽 부터), 이준석, 주호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1일 야권 통합, 대선 후보 단일화 방식, 계파논쟁과 정치경험 부족 등을 두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이준석 후보를 향한 중진 경쟁자들의 견제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형국이다.

특히 주호영, 나경원 후보가 이 후보의 ‘할당제 폐지론’을 문제 삼아 집중 공세에 나서면서 열흘 가량 남은 경선 기간 할당제 문제가 후보들 간 논쟁의 중심에 설 전망이다.

대구·경북(TK) 주자인 주 후보는 이 후보의 실력주의 성향을 언급하면서 승자독식 체제를 우려했다.

그는 공정경쟁을 이유로 청년·여성할당제 폐지를 주장한 이 후보에 대해 “세상 가장 공정한 룰은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 검투사 룰이겠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는 글래디에이터 사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주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력주의, 승자에게만 공정한 경쟁은 정치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래디에이터 사회는 적자생존, 승자독식, 인기영합의 원칙으로 작동한다”며 “보수정당은 공동생존, 패자부활, 가치부합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후보는 “대선 버스든, 경선 열차든 다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버스 떠나고 손 흔들어도 소용없다’는 식으로는 후보 단일화에 장애물만 많아질 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TV 토론회에서 “특정인을 위해 (버스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이 후보 발언을 비꼰 것이다.

나 후보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이 후보가 젠더갈등을 일으켜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백인 하층 노동자·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인기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상황을 빗댔다.

그는 “(이 후보가) 의정경험이 있다면 이대남(20대 남자)들 분노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든지 하는 식의 논의로 끌고 가니까 국정을 바라보는 훈련이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는 이 후보가 주장하는 ‘할당제 폐지’를 트럼프 전 대통령 식의 ‘혐오 정치’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전당대회 핵심 공약으로 여성·청년·호남 등 할당제 전면 폐지를 내세우며 할당제를 “특정인만 혜택을 보는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인 공천 시 성별·연령·지역 할당제가 오히려 불공정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이런 실언이 계속되면 2030 지지층은 떠나갈 것”이라며 “저는 비판해도 좋은데 지지층을 싸잡아서 초가삼간 태우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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