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지옥’ 벗어날 계기 만들어야

발행일 2021-05-30 16:26: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각급 노조 또는 이해관계 단체의 집회와 선거유세 방송은 대표적 ‘소음 공해’에 속한다. 세상 모든 일은 세월이 지나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부문의 소음 공해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집회나 유세 현장은 지나치는 것 만으로도 고통이다. 고출력 스피커는 고막을 찢을 듯 울려댄다. 주변 상가, 사무실, 주택가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소음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쩌렁쩌렁 메아리치는 구호나 노랫소리에는 목적이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동시에 이해 당사자에게 고통을 주고, 주변 사람들의 민원을 불러 일으켜 사안의 해결을 추진하려는 다목적 전술이다.

집회나 시위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집회나 시위의 요체가 소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법과 규정이 정한 한도를 벗어나면 안된다. 다른 사람을 볼모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해서도 안된다.

---대구시 공무원노조, 적극 대응 나서

최근 대구시 직원들과 공무원노조가 시청 앞 집회·시위 현장의 과도한 확성기 소음으로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단체는 2017년부터 4년째 시청 앞 주차장에서 집회를 열고 수시로 확성기를 이용해 민중가요 등을 틀었다. 공무원노조는 매일 반복되는 집회 소음 때문에 일부 직원은 병원치료까지 받을 정도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의 과도한 소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모두가 고통을 호소한다. 지난해 12월 소음규제를 강화한 집시법 시행령 개정 후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대구시 공무원노조가 고통을 호소할 정도면 일반 시민이나 기업, 공사 현장 등 민초의 고충은 어떻겠는가.

공무원노조는 집회 주최 측에 “권리주장도 중요하지만 시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근무여건과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쾌적하고 정온한 환경은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핑계 대지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까지 뭐 했나. 좋은 게 좋다는 판단 아래 고소·고발 등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은 것 아닌가. 관련 법규에 미비한 점이 있었다면 앞장서 보완을 요구하고 나서야 했다. 인내만 하다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최근에는 이해 관계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집회가 열리면 전체 입주민들이 출입 불편과 함께 확성기 소음 등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김승수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북을)은 지난 18일 입주자 대표회의의 동의가 없을 경우 공동주택 앞에서 이뤄지는 집회와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선거유세 방송도 빼놓을 수 없는 소음 공해다. 이제까지 유세 소음은 규제할 뚜렷한 근거조차 없었다. 확성기 소리제한 기준이 없어 경찰이나 선거관리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돼도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의 구체적 소음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79조 3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시민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금년 말까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각종 선거유세 소음 규제 연내 법제화

현재 국회에는 2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또 중앙선관위 규칙으로 시간 및 장소별 소음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구체적 기준은 법이 개정되면 곧바로 마련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세소음이 시민들의 기대에 걸맞는 수준으로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법 개정에 얼마만큼 진정성있게 나설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 속 대규모 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은 엄격한 법적 기준과 이를 규정대로 집행하는 공권력의 의지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시민들은 ‘소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구시 공무원노조의 적극적 행보가 시청 앞뿐 아니라 대구·경북 전역의 집회 소음이 개선되는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유세 소음을 규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직접 정치의 최일선이 되기를 기원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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