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차량 주행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 시행 한달(4월17일~5월16일)의 성적표가 나왔다. 대구지역의 경우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1천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전체 사고 감소는 아직 미흡하지만 사망자와 중상자 감소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망자는 전년 동기 9명보다 33% 감소한 6명에 그쳤다. 중상자는 전년 동기 230명의 절반 수준인 120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시지역 일반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추고,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자동차가 보행자와 충돌할 때 시속 60㎞면 사망률이 90%에 이르지만 시속 50㎞면 50%, 시속 30㎞일 때는 10% 이하로 낮아진다고 한다. 주행속도를 조금만 낮춰도 인명사고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산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안전속도 5030을 먼저 시행한 결과 지난해 보행 사망자가 33%나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점유하는 비율은 지난해 35.5%였다. OECD 회원국 평균 19.7%(2017~19년)보다 월등히 높다. 안전속도 5030은 이같은 우리의 후진적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보행자 안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교통문화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겠다는 변화의 시작이다. 주행속도 하향은 유럽의 교통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OECD 37개국 중 31개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주행속도 기준은 시행 초기인 탓에 운전자들의 혼란도 이어지고 있다. 시행 한달 전 5천206건이던 대구지역 과속 계도건수는 시행 후(4월17일~5월25일) 4만4천97건으로 무려 8배 이상 급증했다.

무인단속 카메라 1대당 적발 건수도 4.1건에서 5.6건으로 늘어났다. 다수의 운전자들이 새로운 속도체계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교통당국은 시행초기의 혼선을 빠른 시일 내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각종 교통표지판, 무인단속 카메라 증설 등을 서둘러야 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등 감속 구간 표지를 보완하는 것도 시급하다.

운전자들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와 함께 제한속도 준수 등 안전속도 5030에 적극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져야 한다. 시행 초기에는 속도를 줄이는 것이 조금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5030 제한속도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새로운 기준이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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