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코인 투자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가세…노동의지 상실에 중독까지 우려

발행일 2021-05-26 16:44:3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알바천국 대학생 1천750명 가상화폐 설문조사…대학생 4명 중 1명 투자

대학생 알바월급 코인에 올인, 고등학생까지 코인 거래

전문가 ‘노동의지 상실, 중독’ 우려…투자 교육 받는것이 중요

25일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들어 불어닥친 가상화폐 열풍으로 지역에서도 묻지마식 투자에 뛰어든 ‘학생’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대학생 뿐 아니라 고등학생까지 이같은 광풍에 뛰어들면서 자칫 노동의지 상실, 중독 등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대학생 1천750명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3.6%가 투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4명 중 1명이 가상화폐를 접한 셈이다.

문제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대학생의 절반 이상(68.3%)이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시세 그래프에 따른 감정기복 심화(35.3%), 일상생활에서의 집중력 하락(14.1%), 생활 패턴 유지 불가(12.0%), 중독 증세(10.2%) 등이다.

계명대 재학생 김모(24·여)씨는 “코인에 투자하면 단 시간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시작했다. 밤새 코인 가격 변동을 체크하느라 과제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요즘 코인이 자꾸 하락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전문대학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코인에 올인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수 있다”며 “코인에 빠져 수업에 들어가지 않거나 갑자기 번 돈으로 유흥에 탕진하면서 취업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부 수도권 대학에서는 주식, 코인 투자와 관련한 동아리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역대학에서는 공식적인 동아리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삼삼오오 투자를 논의하는 모임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남대생 이모(21)씨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SNS를 통해 코인, 주식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일부는 유료 강연까지 듣는다”며 “학교에서 투자와 관련한 동아리가 만들어지거나 특강 등이 마련되면 많은 학생들이 들으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계좌 만들기가 쉬워지면서 고등학생들까지 가상화폐 거래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코인을 시작했다는 한 고교생은 “아버지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용돈으로 코인투자를 하고 있다”며 “학교에 휴대전화를 반납하기 때문에 주식투자는 할수 없으나 코인은 하루종일 매매가 가능하다. 주변 친구들도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 귀띔했다.

청년층의 묻지마식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독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지부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는 불법이 아닐 뿐 광의의 ‘도박’의 일종이란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가상화폐 투자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사전 인식을 교육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상화폐 투자도 중독성이 있고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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