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광주시가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두 도시 모두 아시안게임 유치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놀랍다는 반응도 있지만, 성사만 된다면 지역 발전 및 재도약의 추동력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과 관련해 당장 나오는 얘기가 달빛내륙철도사업 추진에 도움이 될 거란 예상이다. 아시아 수십 개 국가가 참가하는 국제종합스포츠 행사가 대구와 광주 두 지역에서 동시에 개최된다면 당연히 두 도시를 잇는 교통망 확충이 필수적으로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은 두 지역에서 10년 넘게 숙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4월 정부가 공개한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서 배제되는 등 일명 달빛내륙철도로 불리는 대구~광주 고속철사업은 그 추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대구시와 광주시는 두 지역 정치권과 함께 6월로 예정된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최종안에 달빛내륙철도사업을 반드시 포함시키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대구시와 광주시의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은 향후 대회 유치의 성서 여부를 떠나 당장 달빛내륙철도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하는 데 있어 명분과 실리 두 측면에서 다 효과가 있을 거란 분석이다.

달빛내륙철도사업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건설의 당위성 말고도 각종 경제효과 측면에서도 이 정부에서 추진할 거란 기대가 많았던 사업이다. 이외에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는 사실 성사만 된다면 대구시나 광주시로서는 지역경제 재도약의 디딤돌로도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다. 도시브랜드 홍보 효과는 직접적으로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고, 또 중장기적으로도 대회를 준비하면서 마련된 각종 인프라 시설이 지역에 직·간접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구와 광주는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두 지역의 화합이 국가 현안이 될 정도로 민감한 관계가 형성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아시안게임 공동 개최를 통해 더 많은 인적·물적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게 되면 국가 에너지의 결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과제는 두 도시가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성사시킬 수 있느냐일 것이다. 2019년에는 충청권 4개 시·도가 2030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중앙정부와의 사전 소통 부족과 국제스포츠계 정보파악 미비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서류 준비까지 해 놓고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지 못해 대회 유치가 무산된 바 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대회 공동유치 입장을 밝힌 이상 이런 사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고, 특히 대회 유치 성공과 성공적인 개최가 결국 지역민들의 지원에 달려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시민 공감대를 모아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2038년 아시안게임 개최지 결정은 2028년에 있을 예정이다.

◆ 국제스포츠 행사 개최 경험 풍부

대구시와 광주시의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 계획이 처음 알려진 것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5월18일이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두 도시는 애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광주 방문에 맞춰 이를 발표할 것을 검토했지만, 실무 협의가 더 필요하단 판단이 있어 공식 발표 시기를 연기하기로 일정을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식 발표는 5월26일 국회에서 했다.

두 도시가 공동유치 추진 계획을 급작스럽게 발표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경기장 등 기존 시설 인프라와 국제대회 개최 경험이 두 도시 모두 풍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구시는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광주시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더라도 경기장은 기존의 국제 규격을 갖춘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대구시나 광주시 모두 새로 경기장을 짓기 위해 큰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다. 아시안게임 유치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저비용, 고효율의 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제적인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여러 번 치른 경험이 있어 경기 진행 및 지원 시스템 운영을 비롯해 자원봉사 인력 운영 등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런 부분은 대회 유치 과정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현재 아시안게임 개최가 확정된 도시는 2022년 중국 항저우, 2026년 일본 아이치·나고야, 2030년 카타르 도하, 2034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등이다.

◆ 달빛내륙철도 사업에도 플러스효과

국제종합 스포츠대회 유치는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개최 도시의 철도, 도로 등 교통인프라 확충을 비롯, 도시 발전에 여러 측면에서 크게 기여했다. 부산은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계기로 도시철도 건설에, 인천은 2014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인근 지역과의 연계 도로망 신설 및 확충에 조 단위의 국가예산 지원을 받았다. 이는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이 달빛내륙철도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기대의 배경이기도 하다.

달빛내륙철도사업은 애초 지난 4월 공개된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에 포함이 될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기대와 달리 그 계획안에서 배제되면서 두 지역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구시와 광주시는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에서도 사업 추진 가능성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6월께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최종안에 달빛내륙철도사업을 반드시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여기다 최근 정부가 초안 중에서 수도권 일부 사업을 재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달빛내륙철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은 5월18일 광주를 찾은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촉구하는 영호남 6개 시·도지사 건의문을 전달했다. 건의문에서 6개 시·도 단체장들은 ‘영호남은 국토 남부의 양대 축으로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끌면서 국가발전을 견인해 온 곳이다. 달빛내륙철도 건설을 통해 영호남 소통과 협력이 촉진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하나 된 대한민국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빛내륙철도사업은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면서 경북 고령군, 경남 함양군, 전북 남원시 등 10개 지자체를 통과하는 총연장 191km의 고속화철도 건설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4조 원 이상 드는 국책사업으로, 생산유발효과 7조2천900여억 원, 고용유발효과 3만8천600여 명,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2천80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이 사업은 2011년 제2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의 검토 대상에 분류된 것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영호남 상생공약 사업으로 채택한 바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메인사진-대구시와 광주시가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에서는 깜짝 발표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유치 성공이 지역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모습이다.대구시 사진제공
▲ 메인사진-대구시와 광주시가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에서는 깜짝 발표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유치 성공이 지역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2011년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모습이다.대구시 사진제공
▲ 서브사진-권영진 대구시장(맨 오른쪽)과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은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달빛내륙철도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 등 현안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 서브사진-권영진 대구시장(맨 오른쪽)과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은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달빛내륙철도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반영 등 현안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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