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김상진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공공도서관이 지역주민을 위한 디지털 교육의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시민들에게 디지털 교육이 절실한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서 디지털 대전환 및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비대면 환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급격히 확산됐던 때를 되돌아보자.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상거래를 하지 못하는 수많은 시민이 가장 기본적인 방역물품인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약국으로 몰려든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그 장면은 우리나라를 IT 강국이라고 자랑하던 이들이 할 말을 잃기에 충분했다. 100%에 육박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민들의 디지털기기 활용능력을 고려하면 곤란한 상황이었다. 보급률은 말 그대로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지 역량이 높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 사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있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마다 아날로그 세대를 위해 정보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태부족이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1980년대 이후 탄생한 디지털 세대는 디지털기기 활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아날로그 세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말 우리나라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16.4%로 집계됐다. 대구는 16.6%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이며, 2019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경북은 21.7%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2000년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17년 노인인구 14.2%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2025년쯤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드러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2020년 9월 전국의 행정복지센터, 평생학습관, 도서관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천여 곳에서 디지털 배움터가 문을 열었다. 디지털 배움터는 디지털 역량교육 즉,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의 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정부의 디지털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원하는 국민 모두에게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20곳이던 배움터가 올해 44곳으로 늘어났다. 교육과정은 ‘디지털 기초’, ‘디지털 생활’, ‘디지털 심화’, ‘디지털 특별’로 크게 나눠진다. 세부적으로는 ‘디지털시민 되기’,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법’, ‘키오스크 어렵지 않아요’ 등 기본에서부터 ‘온라인 쇼핑몰 창업스쿨’, ‘파이썬 시작하기’, ‘신나는 AR/VR 세상’ 등 고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용학도서관에서도 5월부터 12월까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나도 이제 사진작가’란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SNS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심화되는 질적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공공도서관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신문활용교육(NIE)에서 시작됐으나, 요즘 들어 ‘가짜뉴스’로 일컬어지는 허위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 시민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미디어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용학도서관의 경우도 ‘신문 속 세상 읽기’, ‘부모와 함께 신문으로 창의력 키우기’ 등 신문활용교육을 중심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졌으나, 2019년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 뉴스 제대로 읽기’, ‘디지털 대전환 시대, 공공도서관의 리터러시 교육방안’ 등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올해는 모두 10차례에 걸쳐 노년층과 장년층을 대상으로 ‘50+ 미디어 제대로 읽기’가 진행 중이다.

최근 한 일간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동네 도서관에 과학 실험실을 만들자”라고 주장한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의 발언도 공공도서관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관장의 주장은 전국적으로 1천100여 곳에 이르는 공공도서관을 제대로 활용하면 우리의 눈을 가리고 갈등을 부추기는 가짜정보가 판치는 요즘, 객관적인 숫자로 이치를 따지는 과학 문해력을 기를 수 있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현재 139개인 전국의 과학관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지역사회의 중심에 있는 공공도서관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은 디지털 교육만이 아니다. 벌써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시민들과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평생교육기관으로서 민주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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