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 (87) 포항블루베리농원

발행일 2021-05-19 13:09:0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친환경유기농 블루베리 먹고 건강하세요

어릴 적 부모님의 농약중독사고 아픈 기억으로 친환경 재배

누구나 안심하고 찾는 신선한 먹거리 제공

이호재 대표와 아내 이향자씨가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5월 하순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은 독일군 군사시설의 야간공습에 집중했다.

독일군이 군사시설의 불빛을 가렸으나 족집게처럼 집어내어 폭격을 했다.

이 같은 정확성에 독일은 물론 영국마저도 놀랐다.

당시만 해도 전투기의 조종과 폭격은 육안에 의존했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적진에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찾아내어 정확히 폭격을 하는 전과를 올렸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조종사들이 식빵에 블루베리 잼이나 가루를 잔뜩 발라서 먹는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블루베리의 효능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블루베리에 다량 함유된 안토시안이 눈의 피로회복과 시력저하를 예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에 야간 폭격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블루베리의 우수성이 널리 퍼졌다.

일부에서는 영국군이 당시 첨단장비였던 레이더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블루베리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블루베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에 이름을 올리고 그 인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포항에서 우리나라의 블루베리 1세대로 불리는 강소농이 있다.

포항블루베리농원의 이호재(71) 대표다. 블루베리 6천600㎡와 체리 1천650㎡, 프룬(서양 자두) 660㎡를 재배하면서 가공과 체험농장을 겸하고 있는 6차 산업의 선두주자이다.

이호재 대표가 윤광서(오른쪽) 경북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가로부터 블루베리 수확적기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의 귀농

이 대표는 한때 잘나가는 사업가였다. 성공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첫 직장은 무역회사였고 그곳에서 의류수출 업무를 맡았다.

성과도 올렸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경력이 쌓이면서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의류수출 임·가공업을 시작했다.

무역회사에서의 경험이 큰 힘이 됐고 사업은 순조로웠다.

그래서 계속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이라는 국가적 사태를 맞으면서 휘청거렸다.

결국 그 파고를 넘지 못했다.

30년 동안 공들여 키운 사업장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한탄만 할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조금 쉬고 싶기도 했다.

조용한 시골에서 재충전을 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서울의 조그마한 건물과 김제의 숙박업소를 맞교환해 숙박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귀농의 길로 들어섰다.

첫 작목은 새송이버섯(이하 새송이)이었다. 방송에 소개된 새송이에 반해 첫 작목으로 선택했단다.

이호재 대표가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받은 블루베리 가공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첫 귀농은 새송이버섯 재배

포항으로 터전을 옮기고 새송이 재배에 나섰다.

소득이 높다고 소문에 전국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다.

새송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였다.

하우스형 버섯 재배사 3개 동을 마련했다. 1천㎡의 규모였다.

한 동당 450만 원의 종균을 구입해 재배하면 1천만 원의 조수익이 나왔다.

소득율도 높고 재배법도 어렵지 않았다.

온도와 습도만 관리하면 됐기 때문이다.

온·습도는 자동화시설로 해결했다.

무엇보다 작기가 짧아 한 달이면 수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니 자금 회전율이 높아 매달 소득이 발생했다.

연간 10회 이상 재배가 가능했다.

새송이가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뛰어 들었다.

종균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종균가격도 뛰었다.

이 대표도 시설을 크게 확장했다.

귀농 성공이 눈앞에 다가온 듯 했다.

금방 돈방석에 올라앉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만큼 공판장에 새송이가 쏟아져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무리한 투자를 한 이 대표도 휘청거렸다.

결국 큰 손실을 보고 새송이를 접었다.

자녀들의 권유로 서울로 돌아갔으나 농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2차 귀농을 시도했다. 2008년 다시 포항으로 돌아왔다.

잘 익은 블루베리 열매.
◆친환경 블루베리 재배

2차 귀농은 블루베리였다.

시력증진과 항산화작용 등 효능에 마음이 끌렸다.

친환경 블루베리 재배를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건강에 좋다는 블루베리를 더 좋은 먹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친환경 재배를 시작한 이유라고 했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숱하게 목격한 농약사고의 기억이었다. 1960~70년대 하루 종일 등짐분무기로 농약을 뿌리다가 사고를 당하는 모습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친환경 재배를 위해 매년 토양검증을 하고 시비처방서에 따라 친환경 유박비료로 땅심을 관리한다.

천연황토유황을 직접 제조해 살균제로 쓰고, 검증된 친환경 살충제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2015년에 친환경 유기농인증을 받았다.

실패했던 새송이의 경험을 살려 작목과 품종을 다양화했다.

단일작목의 위험을 줄이고 소득이 연중 발생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주작목인 블루베리는 하우스와 노지재배를 동시에 하면서도 조·중·만생종을 고르게 심었다.

동시 수확에 따른 일손부족과 홍수출하기 가격하락에 대비한 것이다.

블루베리 잼과 즙, 와인 등 가공분야로 영역을 넓혀 부가가치를 높였다.

체리와 프룬으로 작목을 다양화하면서 체험활동까지 진행한다.

여름이면 풀과의 전쟁을 치르지만 “마음을 붙이고 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고 소신을 바꿀 생각도 없다”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는다”는 말 한마디에 보람을 느낀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포항블루베리농원에서 생산하는 블루베리 가공제품, 잼, 발효액, 과증, 와인 등이 있다.
◆검증받은 농산물

농장 한편에 각종 인증서가 수두룩하게 걸려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이라는 증명서인 셈이다.

2015년에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경우에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서 인증서를 발급한다.

한번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인증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재인증 과정에 미비점이 발견되면 인증은 취소된다.

따라서 유기농인증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유기가공식품 인증과 해썹, 6차산업 인증까지 받았다.

포항시 농특산물 공동상표인 ‘영일만 친구’ 사용 인증도 받았다.

‘영일만 친구’는 포항시가 품질을 인증하는 공동 브랜드다.

‘포항시 농특산물 공동상표 관리 조례’에 따라 생산여건과 품질관리 등 8개 항목에 대해 현지방문과 현물심사를 실시해 인증을 한다.

2년에 한 번 씩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대표가 이처럼 많은 인증을 받는 것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품질을 가장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증절차의 이행과정을 통해 보다 우수하고 안전한 농산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민간자격이지만 천연농약전문가 인증도 받았다.

◆가공으로 가치향상

농산물 가공을 통해 소비자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면서 부가가치도 높였다. 그래서 블루베리 과채주스와 발효액, 와인을 만든다.

과채주스는 블루베리 원물을 고압으로 압축해 진액만을 추출한 것이다.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천연과즙이다.

“100% 유기농 블루베리 생과로 즙을 짠 것”이라며 “노화방지와 눈의 피로회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이 대표는 자랑한다.

블루베리 발효액은 물이나 탄산수로 희석해서 마시면 좋다.

블루베리 생과를 이용해 만드는 와인은 ‘샹때블루와인’이라는 브랜드로 당당히 선보였다. 샹때는 프랑스어로 ‘건강’이라는 말이다.

한창 익어가고 있는 블루베리 열매.
◆최고의 블루베리를 만드는 것이 꿈

매년 5월이면 블루베리를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고객이 있다.

소과종인 ‘노스랜드’ 품종을 한번에 10㎏씩 대량으로 구입한다. 당도가 높고 독특한 향기가 좋아 이것만 먹는다고 한다. 10년 단골이다.

‘블루베리가 눈 건강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눈이 나쁜 아이에게 하루에 한두 알씩만 준다’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었다.

그 고객에게는 좀 더 많은 양을 덤으로 주면서 미안한 마음을 대신 하기도 했었다.

이 대표는 “농장을 운영하다보면 각양각색의 고객을 만난다”며 “고객의 취향에 맞는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 보답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양보다는 품질을 우선하겠다는 말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찾는 먹거리를 위해 친환경 재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렵지만 그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해 보였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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