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간호사의 날,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을 만나다

발행일 2021-05-11 17:47:1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동산병원 정인자 간호부장,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119 구급차의 행렬 아직도 아찔해”

지역거점병원 운영 시 간호사들의 열악한 숙식 환경 및 높은 업무가중도

다시 더워지는 날씨에 방호복 입어야하는 간호사들 곡소리도

11일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정인자 간호부장이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2월21일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된 후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는 듯한 119구급차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이하 동산병원) 코로나19 병동에 근무하고 있는 정인자 간호부장의 지난해 회상이다.

12일은 ‘국제간호사의 날’이다. 간호사의 사회 공헌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며, 영국의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구에 창궐했던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지역 간호사들의 헌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부장은 “코로나19에 전염에 대한 걱정이 가장 앞섰고 그 다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거점병원으로써의 운영을 위한 준비로 바빴다”며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로 인해 초기에는 모든게 부족하고 힘든 상황이었다”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동산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되고 이전에 쓰던 장비를 모두 바꿔야 했고 인력은 부족했다”며 “대구지역 내에서는 하루에 70~80명의 확진자가 119구급차를 타고 몰려들어 모든 간호사들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동산병원에는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매일 같이 확진자들이 쇄도해 아침 일찍 입원수속을 시작했지만 오후 11시까지 끝나지 않기도 해 간호사들의 피로는 극도에 달했다.

코로나19 병동의 간호사들은 부족한 인원들로 인해 배식, 적출물 폐기박스처리, 투약, 택배수령 등 모든 업무를 떠맡게 돼 업무가중도가 높았다.

코로나19로 전염에 대한 우려로 간호사 모두가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장례식장에 임시숙소를 마련해 생활해야만 했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임시숙소에서 숙식을 한 전명화(57·여) 간호사는 “가족들을 한동안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가족들에게 혹여나 전염시키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장례식을 치루는 곳에서 처음 잔 날에는 뭔가 으쓱하고 영정사진이 세워져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지만 이내 피로도 때문인지 금방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그때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업무를 했는지 상상조차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최근 들어 간호사들은 더워지고 있는 날씨에 레벨D의 방호복을 착용한 뒤 환자들을 간호해야 되는 상황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한숨이 나온다.

정 간호부장은 “지난해처럼 땀이 흥건할 때까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그래도 백신이 보급되고 코로나19를 이겨낼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에 위안을 삼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준혁 기자 park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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