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환

객원논설위원

대통령선거가 열 달 앞으로 다가오자 각 정당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마치고 대선주자 선출일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참패한 충격으로 내부에서 파열음이 새나오고 있는데다 경쟁력 있는 후보마저 떠오르지 않아 대선일정을 연기하자는 말까지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쟁력 있는 참신한 인물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사정은 더욱 복잡하다. 당내에서 유력한 대권주자가 부상되지 않는 가운데 대선일정만 짠다고 될 일이 아닐 것이다. 당 외의 유력한 대권 출마예정자와 어느 시점에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야권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는 다자구도에서 야권 대선주자가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당의 대선일정만 진행할 순 없을 터다. 당 밖 잠용들의 거취를 마음먹은 대로 관리할 입장이 되지 않는 점이 난제인 셈이다.

어쨌든지 국민의힘은 대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당의 새 지도부 진용을 갖추는 일이 급하다. 당의 대표와 최고위원 및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다. 지난 달 말 원내대표가 선출된 상태이나 다른 핵심 지도부는 이제 막 경선 출발선에 서있다. 출발도 하기 전에 원내대표가 울산 출신인 점을 들어 당 대표가 영남 출신이 되면 안 된다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이 유포되고 있다. 눈앞의 사탕만 보는 소갈머리 없는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는 ‘도로 영남당’이 되면 확장성이 없다는 논리다. 한 마디로 비상식적인 언어도단이다. 이런 분열적 자해가 과연 같은 당내 인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번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전남 출신이었고 현 대표도 전남 출신이다.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호남당’이라는 말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게 유권자를 존중하는 자세이고 민주주의 하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영남당이라는 표현은 영남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이자 모독이다.

선출직의 경우, 그 선택이 어떻게 되든지 유권자의 뜻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유권자의 선택이 최종 결론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다. 선거도 하기 전에 선거공학적인 측면을 들어 선출직의 성분을 정할 거면 무엇 하러 선거를 하고 경선을 하는가. 영남당 운운하는 것은 돈과 시간을 들여 굳이 번잡하게 선거를 치르는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그 어느 나라든지 선거를 통해 사후에 각 지역별로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다 마찬가지다. 정당별 지지가 전국적으로 같은 비율로 나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다. 그런 까닭에 캘리포니아당, 텍사스당 하는 식으로 특정지역 정당이라고 빈정거리는 법은 없다. 우리나라만 유독 특별하다. 그것도 꼭 영남지역만 대놓고 빈정거린다. 과할 정도로 특정정당 편향이 극심한 호남지역엔 토를 달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말 희한하고 불합리한 불가사의다.

백보를 양보한다하더라도 야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같은 지역 출신이면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도 맞지 않는다. 대선주자가 선정될 경우, 대선주자와 당 대표의 보완성이 표의 확장성에 영향을 미치고 대선 승패를 좌우할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 개연성은 분명 이론상 존재한다. 허나 유권자가 출신지역을 보고 판단한다는 가정은 유권자를 얕보는 외눈박이 발상이다. 어떻든지 간에 모든 것은 유권자나 당원이 각자 판단할 영역이다.

정당의 지도자 선출은 정권창출에 초점이 맞춰질 일이다. 이를 위해 당원을 하나로 묶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할 터다. 그 적임자를 찾아내 당 대표로 뽑는 일이 작금 야당의 최대 과제이다. 리더십과 소통능력을 갖고서 중재하고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경륜과 리더십이 그 본질이다.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후보를 발굴·선출하고 선거승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현명하고 노련한 리더십이 그 필요충분조건이다. 뜬금없이 영남당 운운하는 것은 영남 뿐 아니라 전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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