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과일을 냉장보관하는 방법은 제각각 다르다. 특히 사과는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하지 않는다는 건 대부분 잘 아는 상식이다. 사과가 익으면서 뿜어내는 식물 호르몬의 일종인 에틸렌 가스가 다른 과일을 빠르게 숙성시켜 무르게 하기 때문이다.

상한 사과는 그 부분을 도려내고 먹거나 잼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감귤에 피는 곰팡이는 다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곰팡이가 있는 감귤은 주저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감귤처럼 무른 과일의 경우 껍질에 보이는 곰팡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이미 과일 속 깊숙이 곰팡이가 번져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식빵의 경우도 같다. 한쪽 귀퉁이에만 곰팡이가 피어있더라도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다른 곳까지 곰팡이가 침투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귤이든 식빵이든 눈에 보이는 곰팡이만 도려냈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썩은 사과’는 가능한 빨리 골라내야 한다. 부정적인 것은 전염력이 훨씬 크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가 긍정적인 것보다 우리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부정성 편향/존 티어니·로이 F. 바우마이스터 지음/에코리브르).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악성 리뷰 하나가 배달전문 업체를 휘청거리게 한다. 별 하나만 주는 ‘별점 테러’를 보는 다른 고객들은 주문을 주저하게 된다. 긍정적인 리뷰 가운데에 자리 잡은 하나의 악성 리뷰는 기존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던 고객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든다. 인간의 뇌는 부정적인 것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누구나 밝은 뉴스, 미담 혹은 가슴이 훈훈해지는 뉴스를 더 많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범죄, 자연재해, 극단적인 테러, 정치적 갈등에 관한 뉴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미지 좋던 연예인들은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성 편향(부정성 효과라고도 한다)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뭔가. 책에서 저자는 ‘부정적인 것 하나를 극복하려면 네 가지 긍정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4의 법칙’이다.

4의 법칙은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배달전문업체는 악성리뷰 하나에 최소한 긍정적인 리뷰 네 개 이상 달리도록 관리해줘야 한다. 제 할 일을 해내지 못하면서 매사에 비관적인 조직원 한 명의 영향력은 성실한 조직원의 긍정적 영향력보다 네 배 정도 높다. 때문에 조직 내에서 ‘썩은 사과’는 빠르게 골라내는 게 급선무다.

또 다른 해결책으로 ‘저부정성 다이어트’를 제시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칼로리 식단 위주로 메뉴를 짜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부정적인 기사, 또 이를 악용한 가짜뉴스, 이런 뉴스만 퍼 나르는 사람의 SNS와는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들을 ‘위기 장사꾼’으로 부른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전쟁이나 테러 위협을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특히 정치적인 면에서는 일부 국회의원이나 언론인 등이 좌우 극단에서 국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위기를 팔고 있다.

아무리 부정이 긍정보다 강력하다지만 그래도 해결방법은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쁜 일로 외상을 입은 사람의 20%만 이 장애를 겪는다. 60%가 넘는 사람들은 오히려 ‘외상 후 성장’을 이뤄낸다.

코로나19로 우울한 1년 3개월을 보냈지만 아직도 여전히 우울하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불안과 공포에 빠질 이유는 없다. ‘부정성 편향’이란 책의 저자도 “좋은 것, 긍정적인 것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다만, 조직에서 성실한 사람 4명이 일궈낸 성과는 ‘썩은 사과’ 한 명 때문에 파괴될 수 있다. 우리들 안에 우울하고 불안한 뉴스를 퍼뜨리는 ‘썩은 사과’는 없는지 돌아볼 때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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