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풀꽃/ 나태주

풀꽃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15)

나서기 싫어하는 부끄럼 타는 소녀처럼 눈을 내리깔고 풀밭에 숨어있는 풀꽃은 관심을 갖고 봐야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그나마 바쁜 걸음에 관심 갖기조차 쉽지 않다. 늘 다니던 길가에 피어있는 풀꽃이지만 여간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땅에 바짝 붙어 안으로 더 쪼그라들어 버린 모양새다. 그건 부끄럼 타는 겸양지심에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풀꽃의 마법인지도 모른다.

풀꽃은 있는 둥 없는 둥 존재하는, 존재감 없는 존재이다. 운이 좋거나 애써 관심을 가져야 비로소 보인다. 우연히 눈에 띄어 무심코 쳐다보다가, 그제야 관심이 생겨나 찬찬히 관찰하기도 한다. 듣고 본 경험을 바탕으로 애초에 관심을 가지고 풀꽃을 찾는 일도 없지 않다. 살포시 숨어 핀 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춘 채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보다 보면, 감춰진 은근한 매력을 찾아낼 수 있다. 매력을 찾아낸 사람의 눈빛엔 미소가 살짝 스친다. 풀꽃의 매력을 본 사람은 그 아름다움에 빠지고 만다.

관심을 가지면 비로소 그 실체를 보게 되고, 마음먹고서 그 모습을 자세히 보면 마침내 그 매력을 알아차리게 된다. 매력을 안다는 것은 그 아름다움을 본다는 의미이다. 아름다움에 심취하게 되면 가까이에서 줄기차게 보게 되고, 오래 보다 보면 애정이 자기도 모르게 자라나게 마련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의 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도 그와 같다. 풀꽃처럼 미미하고 초라한 사람이라 해도 남이 갖지 못한 매력이나 존재할 가치 있는 아름다움을 원초적으로 간직하고 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찬찬히 보다 보면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법이다. 오래 얼굴을 맞대다 보면 애틋한 정분이 나고 남다른 애정도 생겨난다. 당신은 풀꽃을 닮았다. 보면 볼수록 예쁘고 세월이 갈수록 사랑스럽다. 당신은.

관심을 갖고 이름을 알게 되면 당신은 나에게 의미 있는 이웃으로 다가온다. 이웃으로 두고서 성격과 취미 따위를 알고 나면 당신은 나의 친구가 된다. 친구로 사귀면서 그 참모습을 속속들이 알다 보면 당신은 나의 연인이 된다. 그런 사실은 이른바 비밀 아닌 비밀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꽃’중에서)

화려한 색깔이 장미와 비교조차 안 된다고 실망할 필요 없다. 달콤한 향기가 라일락보다 못하다고 풀 죽을 필요 없다. 수줍은 자태는 장미가 흉내 낼 수 없는 풀꽃만의 매력이고, 은은한 향기는 라일락이 따라올 수 없는 풀꽃만의 유혹이다.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도 괜찮다. 기죽지 말고 씩씩하게 소리 질러도 좋다. 남들처럼 꽃을 활짝 피워 벌과 나비를 불러들일 일이다.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니까.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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