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블라인드가 직장 내부 고발 창구로 바뀌어 활용되면서 공직 사회의 긴장도가 높아졌다. 직장 내부의 비리 폭로와 고발 등 악용 사례가 적잖아 조직 문화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익명 커뮤니티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를 빌미로 건전한 조직 풍토를 해치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직장인 사회에서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Blind)’가 활발하다. 한국인이 만든 앱으로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용자는 2020년 기준 415만 명으로 이 중 320만 명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인증만 거치면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 개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블라인드는 익명 게시판의 특성상 허위 정보, 선동, 마녀사냥, 사내 성희롱이나 타인이나 타사에 대한 비방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블라인드가 직장의 내부 고발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불법 토지취득 사건도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다.

최근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예전에 발생한 문제가 블라인드에 게시돼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처벌과 사후 처리까지 끝난 몰래카메라 사건과 한 고위 간부의 성희롱 폭로가 소환돼 논란이 됐다. 일부 기초 지자체의 경우 인사 불공정을 폭로하기도 했다. 회식 때는 여직원 옆에 앉는 것을 기피하는 사례가 일상화됐다.

이에 지역 공직사회에서는 자칫 블라인드에 글이 게시돼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무책임한 폭로의 파장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내부 폭로는 간부와 직원 등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직장 내 악성 폭로와 고발로 인한 스트레스로 병원 상담과 우울증 치료를 받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경우도 발생한다.

블라인드가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료 평가가 철 밥통과 양심 불량 직원을 걸러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블라인드의 건전한 내부 소통 통로로서의 역할은 필요하다. 그러나 무분별한 익명 폭로와 마녀사냥식의 여론몰이는 자제돼야 한다. 악의적인 평가와 고발은 자제하는 문화가 형성되도록 가입자 모두가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장 내부에서도 인성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문명의 이기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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