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동섭
▲ 손동섭
손동섭

농협손해보험 경북지역총국장

‘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가수 강진의 ‘막걸리 한잔’)

가수 영탁은 강진의 ‘막걸리 한잔’을 트로트 방송에서 부르면서 현재 유튜브 조회수 2천543만회를 기록하며 막걸리 업체 광고까지 찍게 됐고 막걸리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을 했으리라. 막걸리 한 되박 사서 돌아오는 길에 호기심 발동해 노란 양은 주전자 주둥이에 입을 대고 막걸리 몇 모금 마시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심부름한 것을 기억한다.

퇴직 후 소일거리로 막걸리를 빚어서 지인들과 즐거운 자리를 마련하려고 서울에서 근무할 적에 전통주 학원을 다녔다. 4년간 틈만 나면 집에서 막걸리를 빚었더니 이젠 제법 맛이 괜찮다는 지인들의 평가와 술도가 차려서 사업하자는 지인도 있어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가끔씩 들르는 처남과 처제들이 찾아오는 날이면 김치냉장고부터 뒤진다. 애지중지 하는 삼양주 술단지를 보관해 둔 김치냉장고에서 통째로 끄집어내서 밤새 비워버리곤 한다. 아파트 특성상 고두밥 찌는 게 한계여서 한번에 많은 술을 빚을 수가 없어 지인들에게만 살짝 맛보기로 주는 아끼는 술이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내가 빚은 술맛을 인정해 줘서.

막걸리는 발효시키는 횟수에 따라서 단양주(單釀酒),이양주(二釀酒),삼양주(三釀酒)로 구분한다. 누룩과 고두밥을 한번에 발효시키는 단양주는 대부분의 시중 막걸리이며, 누룩을 한번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 다음에 고두밥을 넣어 빚는 것을 이양주, 삼양주는 이양주 방식에서 밑술을 한 번 더 투입하는 것으로 맛과 향을 최고로 꼽는 그야말로 명품주이며, 알콜 도수가 대략 16정도이다.

물을 첨가하면 도수를 조절할 수 있으며 단양주는 통상 4~5일, 이양주는 5주, 삼양주는 18주가 소요된다. 술의 양은 맵쌀을 기준으로 1㎏에 막걸리 한 병 정도 생산된다.

얼마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서 ‘인생막걸리’라고 올린 술을 소개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 번이나 취했고 막걸리 한 병 출고가 11만 원이며 일명 롤스로이스라는 애칭이 붙은 전남 해남의 해창막걸리다.

이 술이 바로 삼양주 일 것이다.

일체의 첨가물 없이 오로지 국내산 쌀, 누룩과 물로만 빚어서 프리미엄급 막걸리임에는 분명하다. 그야말로 최고급 막걸리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달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이는 막걸리를 빚는 작업과 생업 및 의례, 전통 생활관습을 포괄한 ‘막걸리 빚기 문화’가 국가 무형문화재가 된다는 의미다.

2000년 이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등장했고 자가 제조도 증가하는 추세에 ‘막걸리 빚기 문화’의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은 막걸리 열풍을 다시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막걸리는 어떤 재료를 섞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재료에 따라서 제주 한라봉막걸리, 가평 잣막걸리, 공주 밤막걸리, 강릉 옥수수막걸리, 문경 오미자막걸리 등이 시중에 선보이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재료로 이용해 빚어내는 막걸리와 맛깔난 먹거리,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풍광, 역사유적 등과 연계된 체험관광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혹하는 관광거점으로도 톡톡히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많은 역사유적과 더불어 다양한 과실류가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어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부응한 막걸리를 빚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원재료로 빚은 막걸리가 지역 맛집, 관광콘텐츠와 연계해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화)에 한 축이 됐으면 한다.

내일은 어버이날이다. 직접 빚은 막걸리로 부모님 산소에 술 한잔 드려야지.

‘막걸리 한잔’ 노래를 읊조리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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