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전국 최초 생명지킴이 통역지원팀 도입||베트남, 중국 등 9개 언어 지원, 신속

▲ 대구 수성소방서 곽철호 예방홍보주임은 평소 입버릇처럼 “안전에는 국경이 없습니다”고 말한다.
▲ 대구 수성소방서 곽철호 예방홍보주임은 평소 입버릇처럼 “안전에는 국경이 없습니다”고 말한다.


외국에 나가서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 부닥치면 어쩌나 하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굳이 가정해 보면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장벽이다. 언어 문제로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은커녕 신고 접수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대구 아니 적어도 수성구에서는 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 수성소방서 곽철호(51) 예방홍보주임이 제안·도입한 ‘생명지킴이 통역지원팀’이 있기 때문이다.

곽 주임이 전국 최초로 대구 수성구에 도입한 ‘생명지킴이 통역지원팀’은 불과 두 달의 시범운영 기간 10여 건의 상황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시 주관 상반기 적극행정 경진대회에서도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됐으며, 전국대회에도 대구 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곽 주임은 “동료들도 다 알고 있던 사실을 행동으로 옮긴 것 뿐이다. 외국인 안전사각지대가 조금이나마 사라진 것 같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곽 주임은 올해로 27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관이다. 소싯적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분노의 역류’라는 재난 영화를 보고 영화 속 소방관들의 활약에 흠뻑 빠져들었다. 소방관들의 희생정신에 감복한 그는 부모의 반대 등을 무릅쓰고 그 길로 고달픈 소방 인생길로 들어섰다.

그는 119상황실에서 근무하던 당시 외국인에게 신고가 접수되면 출동이 지연되는 것을 수차례 목도했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에게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골든타임 내 신고하더라도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정확한 현장 대응이 어려웠다.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도 외국인 대처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다.

외국인 환자에게 발열 증상이라도 있으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데 이를 외국인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워 환자는 물론 소방대원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생명지킴이 통역지원팀은 지역 다문화센터와의 협업으로 베트남, 중국, 우즈벡, 캄보디아 등 9개 언어를 지원한다. 의용소방대원 8명과 다문화지원센터 소속 내·외국인 8명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지원팀은 하루 24시간 대기하면서 외국인 민원 발생 시 즉시 전화로 연결된다.

미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월27일 수성구 신매동에서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에서 베트남 국적의 피해자에게 발열 증상이 발생하자, 통역지원팀을 바로 연결해 상황을 침착하게 설명, 코로나19 전담 거점병원인 경북대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했다. 외국인 환자는 추후 통역지원팀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대원들의 직무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통역 지원을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대응이 가능해져 외국인 대상 출동 시 겪었던 업무 부담감 및 피로도가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곽 주임은 외국인 사고 현장에 나갔던 동료들이 서로 돌아와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줄 때마다 ‘지원팀이 잘 정착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든단다.

곽철호 주임은 “27년 소방관 생활을 하면서 재난 현장에서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조금만 더 정확하게 현장 대응을 했더라면 하고 후회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생명지킴이 통역지원팀이 대구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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