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이슈추적/ 대구·경북 행정통합, 어떻게 되나

지방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추진 중이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코로나 사태와 정치 일정 등에 밀려 애초 계획했던 내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와 관련해 향후 재추진 여부 그리고 그 계획 등이 포함된 최종 입장을 5월 초께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초 출발 단계부터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그리고 그 실무 계획을 준비했던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에서 최근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그 핵심 내용은 행정통합을 하긴 하되 시한에 쫓기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추진되던 행정통합이 결국 중단 위기에 내몰린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찬성 여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던 점이 우선 지적된다. 시·도가 여론조사와 순회대토론회 등을 열며 분위기 조성에 애썼지만, 최근까지도 지역민들 사이에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다가 안동, 예천 등 경북 북부권에선 물리적 반대 움직임까지 있었고, 또 정치권의 부정적 분위기와 중앙정부의 외면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장 생활이 어려워진 지역민들로서는 행정통합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통합이 의제로 본격 거론됐던 지난해 초, 공교롭게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로19 사태가 발생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시·도는 의욕적으로 행정통합 추진 일정을 이어갔지만 결국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찬성 여론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행정통합 추진 중단이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에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지방 위기를 가져온 정치, 경제 등 주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고, 또 현재 광주 전남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 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을 보더라도 이대로 주저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상황을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를 미리 관리해 두어

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통합을 중장기 과제로 가져갈 경우 자칫 그나마 마련된 추진 동력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장은 불가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4월20일 간부회의에서 “당장은 대구와 경북을 통합할 수 없다. 우선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행정통합 추진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높았으나, (행정통합은) 실질적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야만 가능하다. 국회의원들도 대통령선거 등을 고려해 행정통합을 장기 과제로 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여론조사에서도 중장기 과제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미래는 반드시 통합으로 가야 하나 지금은 이를 위한 전초전으로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중장기적으로 행정통합을 준비하자”며 입장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3월17일 대구시의회에 참석해 시정 질의를 답변하는 과정에서 “행정통합 시점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라는 데 공감하며 시민들이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면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하라는 제언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권 시장은 행정통합 완료 시점과 관련해 “시한을 정해두고 무조건 추진한다는 의도였다면 공론화위가 아니라 추진위를 만들었을 것이다. 행정통합은 시·도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도가 출범시킨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김태일 공동위원장은 3월18일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관심 미흡과 팽팽한 찬반 여론, 지역의 사회·정치의 균열 조짐 등을 들어 예정됐던 숙의공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발표 전에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일·하혜수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이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도가 어느 정도 입장 정리를 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 예상보다 컸던 반대 여론

행정통합 추진이 중단된 데는 무엇보다 지역 여론이 따라주지 않은 게 크게 작용했다. 여론조사에서 찬성률이 압도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시위도 있었다.

4월1일 경북도청 일대에서는 안동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선거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처리되는 행정통합 추진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또 통합은 안동과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까지 모두 다 공멸하는 길이다. 통합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도청 이전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안동에서는 1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안동지역범시민연대가 행정통합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예천군의회 역시 임시회를 열고 ‘행정통합 추진 중단 촉구 건의안’을 발표했다.

한편 공론화위가 3월31일부터 4월11일까지 대구·경북 성인남녀 1천 명(대구·경북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45.9%, 반대 37.7%, 모름·무응답 16.4%의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서 대구는 찬성이 1.8%포인트, 경북은 찬성이 14.6%포인트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구 동부권(수성구 북구 동구)과 경북 동부권(포항 경주 영천 등)에서 찬성이 많았고, 대구 서부권(달서구 달성군)과 경북 북부권(문경 봉화 상주 등)에서 반대가 더 많았다.

찬성 이유로는 ‘지방정부 권한 강화로 인한 경쟁력 확보’, 반대 이유로는 ‘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경제발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행정통합 추진 시점에 대해서는 63.2%가 ‘202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처음 계획대로 내년 7월에 해야 한다’는 응답은 18.3%였다. 이에 앞서 3월에 실시한 공론화위의 1차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40.2%, 반대가 38.8%였다. 공론화위는 4월29일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에게 최종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며, 시장과 도지사는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5월 초께 행정통합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 전망과 과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성공적으로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정치권과의 협력 강화, 시·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철저한 준비,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의 의제화,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다른 광역자치단체와의 논의 상설화 등이 대구시와 경북도가 풀어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4월 초 언론인터뷰에서 “행정통합은 잠시 보류하는 것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국가적인 과제로 광주·전남, 대전·충청,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추진하면 자연스레 대구·경북이 미국이나 독일 등의 하나의 주처럼 단일 행정체계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행정통합 추진 중단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행정통합으로 바뀌게 될 일상의 편리함을 시·도민들이 여러 분야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향후 재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공감대를 모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말이다. 가령 대구시와 인근 경북 시·군 간의 대중교통 광역환승시스템 도입이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대구 시계와 경북 도계를 오가는 대중교통 편은 48개 노선에 575대가 운행 중이다. 그런데 이중 시·도 간 대중교통 환승이 가능한 지역은 경산시와 영천시 등 2곳뿐이고, 나머지 성주 칠곡 청도 고령 구미 등 5개 시·군에서는 환승이 안 돼 주민들이 교통 비용을 더 비싸게 치르고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지역민들의 낮은 관심과 코로나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1년여 만에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공식적인 최종 입장을 5월 초께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3월4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권역별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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