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천억 들였는데 1년째 텅텅…혈세먹는 하마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

발행일 2021-04-25 22: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완공 1년째 임상실습병동 700병상 중 300병상만 가동

보건복지부의 사전 협의 없이 진행, 장기적 전망도 어두워

지난 22일 오전 텅텅 비어 있는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의 내부 모습. 비닐도 뜯어지지 않은 병상 및 의료기기들이 방치돼 있다.
2천700억 원이 투입된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700병상)이 1년 넘게 절반이상을 텅 비워 놓고 있어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국적인 병상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칠곡경북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 ‘명예’에만 집중하다가 결국 400여 병상을 방치하는 꼴이 됐다.

25일 칠곡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완공된 700병상 규모의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에서 현재 가동 중인 병상은 300개로 가동률은 42%에 불과하다.

임상실습병동 건설에는 건축비 2천300억 원, 의료장비 400억 원 등 총 2천700억 원(국비 900여억 원)이 투입됐다.

1년 넘게 병상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이유는 경북대병원 측에서 보건복지부와 병상 증설에 대한 사전 약속을 지키지 않은 탓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병상 증설을 막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병상 신증설 사전 협의제’를 도입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의료법에 따른 입원실(허가 병상)을 새로 증설하기 위해서는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전 협의 없이 병상을 늘려 운영하면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의 경우 2015년 전에 승인 허가를 받아 결정됐지만, 공사 도중 법이 바뀌면서 지어놓고도 사용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협의제에 따르면 700병상 규모의 병동을 정상 가동하려면 같은 경북권 상급종합병원 병상 수를 그에 맞게 줄여야 한다.

경북대병원은 940병상 규모의 삼덕동 본원 병상을 400개 내외로 줄여 병상 총량제를 준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문제는 정작 삼덕동 본원의 병상을 줄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경북대병원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삼덕동 본원에는 권역심뇌혈관센터, 권역외상센터, 대구권역응급의료센터 등 굵직한 의료센터만 3개나 돼 섣불리 병상을 줄일 수 없다.

결국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완공을 앞두고 삼덕동 본원 400병상 축소 계획을 슬그머니 철회했다.

임시방편으로 삼덕동 본원의 50병상과 칠곡경북대병원 다른 병동의 28병상을 줄이고 코로나19 202병상 등을 추가해 300병상 규모로 축소 개원했다.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미 예견됐다는 말도 나온다.

건설 당시부터 삼덕동 본원 기능 축소와 무리한 공사비 투입 등으로 지역사회의 우려가 적잖았지만, 경북대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무리하게 건설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병상 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3년마다 진행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당락을 가를 중요한 요인이다. 지난해 말 칠곡경북대병원은 지역 4개 의료기관과 함께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됐다.

칠곡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종합적인 진료체계 구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삼덕동 본원 병상을 점진적으로 줄여 임상실습병동의 가동률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2일 오전 칠곡경북대병원 임상실습병동 복도의 모습. 불이 모두 꺼져 있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어 마치 유령병원 같았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신정현 기자 jhshi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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