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의원들, 제 역할 못하면 권한도 내려놔라

발행일 2021-04-19 09:17: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종엽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무능(無能: 어떤 일을 감당하거나 해결해 내는 힘이 없음)

#사분오열(四分五裂: 여러 갈래로 분열되어 단결되지 못한 상황)

#지리멸렬(支離滅裂: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

올해 초부터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지역민들의 질타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유는 단 하나, 시·도민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뽑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다. 무능하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지역 의원들이 문재인 정권의 ‘TK 패싱이다’, ‘영남 갈라치기다’ 등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지만 먹혀들지 않는다. 국민의힘 즉 야당 의원으로서 전술도 없고, 전략도 없는데다, 패기마저 없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핑계를 댈수록 여론과 민심은 더 악화될 뿐이다.

당의 협조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역 출신이 원내대표로 있는 데도 말이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PK)지역 의원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비로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는 토대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가덕도를 직접 방문하는 등 힘을 보탰다. 당연히 지역 방문은 없었다. 정부와 여당이 아닌 자당에 패싱을 당한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지역 의원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선거 이후 당 쇄신을 위해 TK 후퇴론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된 반박도 못 하고 있다. 일부 초선의원들은 사실상 동조하며 어물쩍 묻어가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지리멸렬이다. 특히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상도 의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 참여에 따른 서울시민 인증 논란으로, 송언석 의원은 개표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며 당직자를 폭행하는 등 비난을 자초했다. 송 의원은 지난 14일 자진 탈당했다.

신축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120일째다. 4·7 재보궐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지방정치도 내년 6월 실시 예정인 지방선거 모드다. 때맞춰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는 100% 시민 경선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초단체장 후보 결정권을 시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요구다. 제 역할을 못했으니 권한도 내놓으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당헌 당규상 기초단체장 후보는 당원 50%, 시민 50% 경선을 통해 결정하도록 되어있다. 민심과 당심이 다를 수 있기에 당원 50%를 시민들에게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는 얼마 전 끝난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 결정에서도 그대로 증명됐다.

나경원 전 의원은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를 추려내기 위해 일반시민 80%·당원 20%를 대상으로 치른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된 본경선 결과는 달랐다. 나 전 의원은 여성후보 가산점 10%를 받고도 오 전 시장에게 5%포인트 이상 뒤진 2위에 머물렀다. 민심이 오 전 시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포착된다. 정당은 국민적 이익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결합된 단체다. 즉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군해야 한다. 국민의힘 역시 제1장 총칙에 국민 각자의 자아실현과 행복을 고양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적시했다. 무능, 사분오열, 지리멸렬 등의 평가를 받는 지역 의원들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TK 의원들은 정치력이 부족한 것 같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기에 온실 속의 꽃처럼 의정 활동을 펼치고 있다. TK도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은 후보자에게 공천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패싱 등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것이다.” 곧 실시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한 다선 의원이 지켜 본 21대 지역 의원들의 활동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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