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가다 (84) 민영희조청

발행일 2021-04-07 09: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프로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로 만드는 참외조청의 참맛

포스트 코로나에 각광받는 생강도라지 조청 맛보세요

성주 특산물인 참외를 활용한 조청을 만들의 부가가치 UP

민영희 대표가 참외조청을 달이는 중간과정에 조청의 농도를 점검하고 있다. 12시간을 달여야 조청이 완성된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느끼는 맛은 다섯 가지다.

단맛과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

이 밖에도 수많은 맛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단맛을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일까.

스페인 출신으로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하꼬버 판토하’ 신부는 ‘칠극’이란 책에서 ‘지금 사람들이 특별히 중시하는 것은 단맛인데 목구멍과 혀의 두 치 사이일 뿐이다’며 ‘너무 단맛만을 추구하지 말라’고 했다.

칠극은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일곱 가지 항목이란 의미다.

그러나 단맛을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그치지 않았다.

자연에서 찾아낸 단맛의 첫 번째는 꿀이었다. 토종꿀이다.

달콤한 맛이 매혹적이었으나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었다.

그러자 꿀벌을 키워서 꿀을 얻고, 곡물을 이용해 조청을 만들었다.

조청은 꿀의 대용품으로 만들어졌지만 맛과 효능이 탁월해 중요한 식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기능성 조청이 만들어지면서 맛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성주에서 지역 특산물인 참외를 이용해 참외조청을 만드는 강소농을 만났다.

‘민영희조청’의 민영희 대표(66·여)다.

참외조청과 생강도라지조청, 참외고추장을 만들고, 조청을 이용한 체험활동도 한다.

민영희 대표가 완성된 조청을 자동포장기를 이용해 12g용 스틱으로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 조청에 빠지다

민 대표는 대구에서 성주로 시집온 이후 계속 참외농사를 지었다.

참외 재배 경력은 43년이 넘었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교육을 받은 교육 마니아로 통한다.

대부분 재배 기술과 경영 교육이었다. 가공에는 관심이 적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대학으로 이어졌다.

서울대학농과대학에서 ‘6+a 농촌 웰니스 크리에이터 프로그램’과정을 이수했다.

창의적 사고와 기술을 융합해 농촌경제와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창조적 리더 양성과정이다.

2년간 매주 2회씩 성주와 수원을 오갔다.

이때 자문교수님이 참외조청을 권유했다.

조청에 대한 지식이 없었으나 성주참외 홍보와 참외의 효능을 나눈다는 생각에서 뛰어 들었다.

쉬운 일도, 의욕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었다.

엿기름과 고두밥을 섞어서 식혜를 만들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조청은 나오지 않았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포기를 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 버린 쌀이 10가마(800㎏)도 넘는다고 한다.

주변에서 말렸으나 밀어붙였다. 조청을 만드는 농가 수십 곳을 견학했으나 완전한 기술을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과정을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교육 동료가 기술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포항에서 조청을 만들고 있던 선도농가였다.

덕분에 현장의 기술을 온전하게 익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자신만의 노하우도 축적했다.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열정과 끈기로 이룬 성공이다.

민영희 대표와 남편인 배계환씨가 조청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참외조청의 참맛

노란 색깔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참외는 맛은 물론 효능도 탁월하다.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간 기능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특히 엽산을 다량 함유해 임산부에게 좋다. 그러나 참외는 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열을 가하면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다른 재료의 맛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생과로 소비된다.

민 대표는 참외가 가진 우수한 기능성을 초청과 융합해 보라는 자문 교수의 권유를 받고 시작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참외조청 가공법을 터득했다.

물론 선진농가 견학과 자문도 받았다.

조청을 만드는 과정은 일반 조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참외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넣는가하는 점이 관점이었다.

참외 향이 너무 강해도 안 되고 없어도 안 된다.

언제 얼마를 넣을 것인가 하는 것이 노하우다.

잘 익은 참외를 2차 세척을 거친 후에 녹즙기로 참외즙을 짠다.

그리고는 즉시 냉동보관 한다.

참외즙은 변질을 막고, 풍미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소량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참외즙은 조청을 달이는 과정에 6.6%를 첨가해 12시간을 달이면 참외조청이 된다.

민 대표는 참외조청 제조방법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12g용 조청스틱을 개발한 덕분에 휴대하면서 간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민영희조청 제품
◆생강도라지조청 홍보대사

2018년 부산국제식품대전에 참가했었다.

시식용으로 내어놓은 생강도라지조청을 유독 많이 먹는 관람객이 있었다.

미안한 표정으로 시식을 하다가 자리를 떴다.

왜소한 체격에 건강이 좋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민 대표가 가져가서 드시라고 하면서 생강도라지조청 한 병을 줬다.

그러자 그는 “왜 강매하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무료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표정이었지만 한 병을 줘서 보냈다.

그는 8일 후에 전화를 걸어 화를 내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 동안 기관지천식으로 고생을 했는데 그 생강도라지 조청을 먹고 많이 좋아졌다”며 “3병을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이후 매달 3병을 주문하고 있다.

지금은 주변에 생강도라지조청을 홍보하는 홍보대사처럼 입소문을 내고 다닌다.

덕분에 고객도 많이 늘었다.

예전부터 생강은 살균작용, 도라지는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민 대표의 생강도라지조청에는 생강 11.1%와 도라지 16.7%가 들어가 생강과 도라지 특유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

최근에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라지에 있는 플라티코틴D 성분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와 융합하는 과정을 차단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7년간 묵혀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이용한 참외고추장도 생산한다.

남편인 배계환 대표가 참외하우스에서 참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남편은 프로농부

남편인 배계환(69) 성주참외농원 대표는 프로농부다.

평생을 농촌에서 살았고, 농사를 지었다.

현재 참외 1만800㎡와 벼와 보리를 각각 2천600㎡, 고추 1천㎡를 재배하면서 꿀벌 500군(통)을 사육한다.

2014년부터 5년간 성주군 유기농협회 회장도 맡았었다.

벼와 보리, 고추는 조청과 고추장의 재료로 사용한다.

양봉도 참외 수정용으로 이용하면서 벌꿀을 생산한다.

프로농부답게 토양을 가장 중요시 한다.

토양이 건강해야 고품질의 농작물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따라서 토양도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휴식시간을 준다.

참외는 11월 하순에 모종을 정식하면 2월 하순부터 수확이 시작된다.

참외 꽃이 피면 하우스 안에 벌통을 들여놓고 꿀벌을 활용해 수정작업을 한다.

꽃을 따라 날아다니는 꿀벌에게 수정을 맡긴다.

약제가 아닌 자연형 수정이다.

다른 농가와 다르게 7월 중순에 수확을 마치고 토양관리를 시작한다.

2개월 일찍 수확을 마친다.

계속 수확을 하면 소득은 늘어나지만 토양에 잠시라도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다.

참외넝쿨을 파쇄하고 물을 충분히 가둬 땅 속에 쌓인 염류 등을 제거한다. 하우스는 완전 밀봉하고 온도를 높여 병해충을 완전히 박멸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력을 회복하고 병해충을 제거해 다음해에 고품질의 참외를 생산하는 것이다.

민영희조청 제품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

민 대표는 지난해 3월 200만 원 상당의 스틱형 참외조청과 생강도라지조청을 성주군재난안전대책본부와 성주군보건소에 전달했다.

코로나19 극복의 현장에서 고생하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동남아 출신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대모(代母)결연을 맺고 15년째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시로 집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하고 간식을 지원하면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후원한다.

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장학금과 학용품을 제공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가 새는 지붕을 지역 봉사단체와 연결해 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부담으로 200만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현재는 주택 벽체 보수작업을 준비 중이다.

이밖에도 지역사회의 각종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민 대표는 “작지만 주민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이 밝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 대표의 나눔은 영원한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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